윤계상 “인생캐 장첸, 13년 쌓아온 경험치의 산물” [인터뷰①]

윤계상 “인생캐 장첸, 13년 쌓아온 경험치의 산물” [인터뷰①]

입력 2017-10-10 09:36
영화 '범죄도시' 주연배우 윤계상.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범죄도시’를 본 당신, 꾀죄죄한 장발의 장첸이 등장한 순간 아마도 피식 웃음을 짓진 않았을지. 이제껏 본 적 없는 배우 윤계상(39)의 모습이 낯설었을 테니. 하지만 그 어색함은 오래지않아 두려움으로 뒤바뀌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파격은 그토록 강렬했다.

“첫 등장 신에서는 누구나 낯설게 느끼셨을 거예요. 제가 저를 봐도 그랬는걸요(웃음). 갑자기 머리 풀어 헤치고 선글라스 낀 윤계상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데뷔한지 18년이 됐는데, 저를 모르시는 분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동안 쌓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단시간 안에 몰입을 강요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믿음이 더 쌓여야겠죠.”

그는 분명 행복해 하고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의 말간 얼굴에는 기쁨 설렘 만족감 기대감 같은 긍정의 감정들이 어려 있었다. 배우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냈다는 성취감, 예상대로 재미있고 통쾌한 작품이 나왔다는 자신감, 기대 이상의 호평이 터져 나온 데 대한 뿌듯함 역시 감춰지지 않았다.

‘범죄도시’는 14년차 배우 윤계상에게 여러 종류의 ‘첫 경험’을 선사했다. 일단 추석 개봉을 한 것부터 처음이었다. 명절 특수를 누려본 건 물론 이토록 짜릿한 대역전 흥행 신화를 써본 적도 없었다. 그의 출연작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작품. 더욱이 밑도 끝도 없는 악역, 이 또한 생애 첫 도전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강력계 형사와 조선족 조직폭력배의 대결을 그린 영화. 극 중 윤계상은 중국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국내 폭력조직을 접수한 흑룡파 보스 장첸을 연기했다. 첫 악역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살벌한 악랄함을 보여줬다. 상대에게 달려들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을 때에는 흡사 한 마리의 맹수 같았다.

“인물의 전사가 없어서 좋았어요. 난데없이 잔혹하고 폭력적이죠. 그렇다고 뭔가를 크게 얻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냥 돈 때문이에요. 심플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자체가 백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배우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역할의 폭이 결정되는 거였기에 ‘내가 어떻게 하면 잘 포장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죠.”

윤계상은 ‘귀신같은 장첸’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인조 머리카락을 붙인 장발 헤어스타일부터 기존 연변 사투리와 차별화되는 말투까지 직접 설정해나갔다. 그는 “다른 차원의 존재를 꿈꿨던 것 같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 같지 않은 내 모습을 보고 솔직히 너무 좋았어요. 거울을 딱 봤을 때 내가 꿈꿔온 비주얼이 실현된 느낌이었죠. 스태프들도 조금의 의심의 눈초리도 없이 ‘너무 장첸스러워서 무섭다’며 믿음을 보여줬어요. 사람들이 제게 갖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된 이미지를 깼을 때의 쾌감은 정말 엄청난 거거든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에 멋쩍은 듯 너털웃음을 짓던 윤계상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마동석 최귀화 조재윤 등 동료 배우들을 하나둘 언급했다. 합을 맞춰준 좋은 배우들이 있었기에 장첸 캐릭터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장첸 패거리로 함께한 진선규(위성락 역)와 김성규(양태 역)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첸파가 주는 공포는 집단적인 행동에서 나와요. 공격할 때도 딱딱딱딱 순서가 있어요.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죠. 그래서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진선규 김성규 둘 다 살벌하게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거든요. 정말 최고예요. 빨리 유명해져야 합니다. 그렇게 잘하는 분들에게 연기할 기회가 없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역할이 역할이니 만큼 거친 액션이 많았다. 그러나 문제될 건 없었다. 몸 쓰는 연기에 능숙하다고 자신하는 그이니까. “제가 god(지오디) 출신이어서 안무에 익숙하잖아요(웃음). 액션이 사실 안무거든요. 리얼 액션을 하라면 못하겠지만 정해진 합을 외우는 건 잘해요. ‘딱딱 치고 넘겨요. 이쪽으로 가서 쓰러져요.’ 이런 식으로 안무를 익히듯이 외우죠.”

평소 “배우는 늘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 그는 “순수하게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그 단계를 하나씩 깰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열정이 증명된 것 같아 행복하다. ‘내가 이겼어’가 아니라 ‘내 생각이 맞았구나’라는 안도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저는 아직 완성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험해 보는 거예요. 그래야만 나중에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장첸도 무(無)에서 창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제가 지금껏 해왔던 작품들에서 쌓은 경험치와 노하우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거든요. 새로움을 향한 시도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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