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워크’ 득과 실… 몸에 좋은데 장시간은 ‘毒’

‘스탠딩 워크’ 득과 실… 몸에 좋은데 장시간은 ‘毒’

[And 건강] 발목·무릎·몸통·목 일직선이 바람직… 서 있는 시간 총 근무의 40∼50% 좋아

입력 2018-03-27 07:29

이유진(42·여)씨가 일하는 직장은 2년 전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를 도입했다. 이씨는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얘기에 스탠딩 워크 도입 때부터 되도록 서서 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종아리가 붓고 발바닥에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 병원에서 장시간 서 있는 자세 때문이란 설명을 듣고 이씨는 “서서 일해야 할지 앉아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몇 년 전부터 스탠딩 워크를 권장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의자를 아예 없애고 높은 책상 앞에 서서 업무 보는 환경을 적극 도입했다. 행정안전부 등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들도 업무 효율성과 직원 건강을 이유로 서서 일하는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오래 서서 일하는 것도 건강에 유해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무작정 서서 일하는 형태도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서서 일하기의 득실(得失)을 잘 따져 제대로 된 근무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왜 서서 일하기인가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한재석(신경외과 전문의) 원장은 26일 “오래 앉아서 일할 경우 척추가 감당해야 하는 하중은 다른 자세의 1.5∼2배에 달한다”면서 “그만큼 허리나 목에 부담을 주고 추간판탈출증(디스크) 같은 척추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고개를 쑥 빼고 계속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 목이 일자로 굳는 거북목(Turtle Neck)이 될 우려도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할 경우 운동량이 부족해 복부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조기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앉아서 일하기의 맹점이 드러나면서 서서 일하기의 장점이 부각됐다. 서서 일하면 척추에 오는 하중을 줄이고 골반과 척추 기립근(허리를 곧추세워주는 근육)을 잡아주기 때문에 디스크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자세가 바로잡힌다. 앉아 일하는 자세에 비해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해 비만 위험을 낮춘다. 하루 일과 중 3시간을 서서 일하면 144㎉, 공깃밥 반 공기 정도의 열량이 소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3∼4시간씩 스탠딩 워크를 하면 1년에 10번 마라톤에 출전하는 것과 비슷한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작정 서서 일하기, 능사 아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서서 일하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호주 커틴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인체공학(Ergonomics)’ 최신호에 스탠딩 워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은 20명을 대상으로 입식 책상을 이용해 2시간 동안 서서 일하게 하고 신체와 정신반응을 검사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평균 1시간15분쯤부터 온몸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특히 종아리 부종이 늘어나고 척추와 골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속적 집중 반응 속도도 크게 떨어졌다.

연구팀은 신체적 불편함이 정신적 능력 저하를 초래하고 신체·정신적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영국 노팅엄대 생리학자인 앨런 테일러 교수는 호주 연구팀 논문의 학술지 논평에서 “서서 일하기 열풍은 사실 과학적 증거보다는 비싼 기구 마케팅 등 상업적 이유로 크게 부추겨진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서서 일하기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래 서서 일하면 몸의 하중이 다리와 무릎으로 쏠려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시간 서 있으면 척추 주위 근육과 뼈가 긴장하게 돼 근육 수축을 부르고 요추염좌(허리 삠)를 초래할 수 있다.

서 있는 자세는 앉아 있을 때보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만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오히려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강북힘찬병원 백경일(신경외과 전문의) 의무원장은 “허리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은 추간판(디스크)의 바깥쪽에만 분포하며 디스크의 60%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혈관이 없다”면서 “허리에 적절한 움직임이 있어야 디스크 가운데 부분까지 영양분이 원활히 공급되는데,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을 가진 환자는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저려오고 아플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저혈압 환자도 오래 한 자세로 서 있을 경우 혈액이 다리에만 머물러 심장이나 뇌에 혈액공급이 부족하게 되고 저혈압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한재석 원장은 “특히 한쪽으로 짝다리를 할 경우 몸의 좌우 높이가 달라지면서 골반과 척추가 틀어지거나 좌골 신경을 눌러 허리 통증이 발생한다. 또 척추 정렬이 휘어져 척추측만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서 근무하다가 허리를 굽히고 책상에 가슴을 기대어 오래 있으면 척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그 자세를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생각이다.

서서 일할 때 바른 자세는 가슴과 어깨를 펴고 복근이 살짝 긴장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틈틈이 목을 움직여서 경직된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바른세상병원 재활물리치료클리닉 이한별 원장은 “몸을 옆에서 봤을 때 발목부터 무릎 몸통 목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머리를 바로 들고 정면을 주시하며 턱을 가슴 쪽으로 당긴다. 배는 집어넣고 엉덩이를 살짝 당겨 올리는 듯한 자세가 좋다. 차려 자세로 서 있을 땐 양발을 어깨 넓이만큼 벌린다.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허리를 인위적으로 앞으로 굽히거나 뒤로 젖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시간 서서 일할 때는 굽이 높은 신발을 피해야 한다. 무게 중심을 양발에 일정하게 두거나 수시로 번갈아 가며 서 있어야 한다. 계속해서 짝다리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20㎝ 정도 높이의 발 받침대를 사용해 번갈아 다리를 올려놓으면 요추와 골반,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서서 일하는 중 오랜 시간 다리의 움직임이 없으면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에 걸릴 수도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서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마트 계산원이나 교사 등 장시간 서 있는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한다. 오래 서 있을 때 다리가 무겁고 뻐근할 정도로 아프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붓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족저근막염은 오래 서 있을 경우 족저근막에 과도한 부담이 전달돼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족저근막은 뛰거나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염이 생기면 발바닥이 붓고 발바닥과 뼈가 만나는 면에 통증이 생긴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원장은 “오래 서 있을 땐 편하고 부드러운 신발을 신거나 딱딱한 바닥의 신발이라면 푹신한 깔창을 넣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서 일하기, 하루 4시간 넘지 않게

결론적으로 앉아 있든, 서 있든 장시간 한 자세로 일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 말해 하루 업무와 개인 특성에 맞춰 때로는 서서, 때로는 앉아서 일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이때 서 있는 시간은 총 근무시간의 40∼50%로 맞출 필요가 있다. 50분∼1시간 서서 일하다 10분간 앉아서 쉬는 방식으로 총 근무시간 가운데 4시간 정도를 서서 일하는 게 권장된다.

실제 호주 베이커IDI심장·당뇨병연구소가 직업환경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근무 중 4시간을 서서 일할 경우 피로와 근골격계 불편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는 서 있는 시간을 2시간으로 시작해 4시간까지 늘려가며 근무했을 때 심혈관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책상은 고정돼 있는 입식보다 높이 조절 가능한 것을 이용하는 게 좋다. 염두에 둘 점은 같은 자세로 오래 서 있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람을 맞춰 놓고 자세를 바꾸거나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괜찮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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