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사고 피해자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국민일보

K9 자주포 사고 피해자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입력 2018-05-23 13:16
자주포 폭살 사고 피해자 이찬호 병장_JTBC 뉴스 캡쳐

2017년 8월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 피해자 이찬호 병장이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폭발 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4명이 부상을 당했었다.

◆ 국방의 의무를 다한 장병의 호소

이 병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현재 몸 상태와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병장은 건강했던 과거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 병장은 “현재 군은 K-9 자주포 기계 결함으로 잠정적 수사 발표를 한 상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병사들은 아직 실제 사격을 하고, 훈련을 지속해서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사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안전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희생양이자 실험체”라며 군을 비판했다.

이 병장은 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병장은 “분명히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도 기계결함 문제가 있었는데 아무 일 아닌 듯 그냥 지나갔다”며 “사고 이후에도 자주포를 제작하는 한화 테크윈은 어떠한 보상이나 사과 없이 해외수출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호 병장의 호소글_이찬호 병장 페이스북

이 병장은 사고 당시의 상황도 설명했다. 이 병장은 “1평도 안 되는 그 밀폐된 차가운 철갑 안에서 장약 5호 3개가 터졌다”며 “그 안에서 불꽃이 휘몰아쳐 극한의 고통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 과정 또한 몇 번을 기절하면서 죽음과 생사를 오갔다”며 “9개월이 지난 지금 후유장해판정을 받았고 보호자의 병간호 없이는 씻고 먹고 자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병장은 사고로 인해 연기자로서의 꿈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 병장은 “한 달에 500~700만원 드는 비용도 부담이고 화상으로 인해 연기자로서 치명적인 흉터를 가지게 됐다”며 “이 몸을 이끌고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이찬호 병장의 ‘청와대 국민청원’

이찬호 병장의 국민청원_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 병장은 끝으로 “조금의 빛줄기를 받고자 용기를 내 글을 올려본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장병을 치료해 주시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은 현재 7만3000여명이 서명했다. 이 병장은 “심한 화상을 입은 장병의 치료를 전액 지원하고, 단순한 화상 치료를 넘어서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찾을 수 있도록 성형수술과 아직도 매일 밤 폭발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악몽을 매일 꾸고 있을 테니 PTSD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도 지원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을 해서 평생 일을 못 해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병장은 그 근거로 미국의 ‘상해군인 대우’를 예로 들었다. 2016년 미군 샤미카 버리지는 가족을 만난 뒤 텍사스주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왼쪽 귀를 잃은 샤미카 버리지를 위해서 미군은 최고 수준의 외과의를 동원해 갈비뼈에서 연골을 채취해 군인의 귀에 이식해 주었다. 당시 집도의인 존슨 박사는 “현역 병사들은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미군 사례를 들며 “미군은 휴가 중 상해를 입은 것이지만 심지어 우리 장병은 근무 중 사고로 다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나라에 있어서, 나라를 지키려다 죽거나 다친 군인보다 더 소중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런 상해군인을 위해 쓰이는 제 세금은 한 푼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며 “영내에서 발생한 사고로 승진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장교와 관료들을 대신해, 정부가 먼저 나서서 상이군인을 챙겨주시고 군인들의 사기도 증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끝으로 이 병장은 “그것이 대통령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나라다운 나라’ 아니겠냐”며 글을 맺었다.

박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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