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의용] 교회 옮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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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의용] 교회 옮기기

입력 2018-12-17 09:34 수정 2018-12-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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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 국민대 교수. 국민일보DB

한 해가 저물어간다. 세밑이 되면 사람들 뭔가에 쫓기는 듯 불안해진다. 방을 말끔히 치우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교인들도 매년 이때쯤이면 교회에서 맡아온 일을 계속할 것인지, 내려놓을 것인지, 다른 일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심지어 교회를 한번 옮겨볼까 하는 큰 고민을 하기도 한다.

교인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교회 옮기기를 생각해볼 것 같다. 교회와 집이 너무 멀 때, 교회 분위기나 신앙 노선이 맞지 않을 때, 목회자와의 갈등이 있거나 설교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교회에서 맡고 있는 일이 너무 부담스러울 때 등. 결혼으로 인해 배우자의 교회로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에는 부부가 헤어져 한 쪽이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 옮기기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첫째는 정든 교인들과 그동안 맺어온 관계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뿌린 경조금이 아까워서 못 떠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쨌든 교회를 옮기면 교인들을 자주 보기 어렵게 되고 마음도 자연히 멀어지기 마련이다.

둘째는 교회를 옮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정당을 옮기듯 교인들 중에는 교회 옮기는 이를 ‘배신자’나 ‘철새’로 여기는 시선이 분명히 있다. 교회 옮기는 걸 ‘제단 옮기기’라며 금기시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그래서 먼 곳으로 이사를 한 이들을 계속 나오도록 강요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교회 옮기는 건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농경사회 시절과 달리 거주지 변경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교회 옮기기는 불가피한 일이다. 더구나 이 세상의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라는 한 몸의 지체이니 결코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교회를 옮기는 걸 죄악시하고 먼 곳으로 이사간 교인들을 버스로 실어나르는 개교회주의가 비난을 받아야 한다.
교회를 옮기고 싶지만 마땅히 갈 만한 교회가 없어서, 가족들이 다니고 있는데 혼자 옮길 수 없어서, 현재 교회에서 맡고 있는 일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등 못 옮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교회는 건물이나 집단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인 만큼 한 지체의 삶은 매우 중요하다. 영적인 삶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회를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들도 그런 필요를 느끼는 교인들은 기꺼이 보내주고 그런 이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다만 교회를 옮길 경우에는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첫째, 교회는 가급적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교회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둘째, 내게 필요한 교회만 찾지 말고 나를 필요로 하는 교회를 찾는 게 좋다. 셋째, 교회를 옮길 때에는 반드시 담임목사의 추천을 받는 게 좋다. 이명증서라는 일종의 교적 서류를 떼어가야 한다. 넷째, 남은 이들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이 좋다. 굳이 교회나 목회자의 문제점을 밝히며 떠날 필요는 없다. 그런다고 고쳐지지도 않을 테니. 떠날 때에는 말없이!

교회 옮기기는 나무를 뿌리째 뽑아 다른 곳에 옮겨 심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결단하고 떠나기는 쉬워도 옮겨간 교회에서 정착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교회를 옮기는 문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교회에서 온 교인을 대하는 기성 교인들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교회 공동체는 처음 된 자가 계속 처음 되고, 나중 된 자가 계속 나중 되는 곳이 아니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텃세’가 자리를 잡아서는 안 되는 곳이다. 교회를 옮겨온 이들이 새로운 공동체에 잘 적응하도록 기성교인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형제이기 때문이다.

웰즈라는 이가 이런 말을 했다. “완전한 교회를 찾지 마라.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찾아낸다 해도 당신이 그 교회의 교인이 될 자격이 없을 테니”

이의용<국민대 교수,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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