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중 대신 리얼돌? 상암에 등장한 ‘괴인형’ 진실은

국민일보

[단독] 관중 대신 리얼돌? 상암에 등장한 ‘괴인형’ 진실은

FC 서울 “오해” 해명했지만…성인용품 업체 관련 정황

입력 2020-05-18 00:30 수정 2020-05-18 00:30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17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 앞서 FC서울 측에서 준비한 인형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무관중으로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FC 서울과 광주 FC 경기가 진행된 1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경기장 동쪽 관중석에 낯선 플라스틱 인형들이 등장했다. 생김새가 흡사 성인용품의 한 종류인 ‘리얼돌’을 연상케 했다. 홈팀 FC 서울의 유니폼을 입은 인형들은 성인용품 판매업체의 로고가 적힌 응원 팻말을 들고 있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이를 방송과 사진으로 목격한 팬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그러잖아도 수년간 관련 논란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리얼돌을 해외로까지 중계될 K리그 경기장 관중석에 설치했다는 이유였다. 한 서울 팬은 “부끄러워서 도저히 얼굴을 못 들겠다”고 적었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 사건을 다루며 “경기장을 채우는 게 꼭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고 비꼬기도 했다.

서울 구단은 논란이 일어나자 해당 업체가 성인용품 제조업체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나서 행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구단은 경기 직후 기자단에 “‘달콤’이라는 이름의 해당 회사가 (성인용품 업체가 아닌) 프리미엄마네킹 제조회사란 걸 확인해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달콤이라는 업체가 성인용품 업체에 인형 샘플을 빌려줬다가 당일 돌려받으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업체 입장을 인용했다.

서울은 팬들을 대상으로 낸 사과문에서도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이라고 처음부터 확인했다”며 “의류나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라고 소개를 받았고 몇 번이고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확인을 거쳤다”고 밝혔다.
'더 달콤'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국민일보의 취재 결과 당초 구단 측 해명과 달리 문제의 업체가 성인용품 회사와 연관있다는 정황은 많았다. 현장에서 인형에 달려있던 ‘DALKOM’이라는 업체명을 찾아본 결과 온라인상에 개설된 ‘더 달콤(thedalkom.com)’이라는 업체 홈페이지에 나온 것과 로고와 회사명이 일치했다. 사진 속에 나타난 ‘QITA’라는 중국 업체명 역시 이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시되어 있다. 두 회사가 동일하거나 최소한 연관이 있다는 정황이다.

이 홈페이지에는 대놓고 “우리는 리얼돌을 만듭니다(We make real doll)”라고 소개까지 되어있다.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제조하는 회사”라는 한글 설명도 있다. 구단 측에서 애초에 사업자등록증에 드러난 것 외에 업체 성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셈이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는 당시 업체 측이 가져온 사업자등록증 외에는 업체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서 “홈페이지에 표시된 업체와 사전에 확인했던 업체는 사업자등록증 상으로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면서도 “사전에 이 같은 정황이 조금이라도 확인됐다면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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