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작은 ‘태아’에서 시작됐다

국민일보

우리는 모두 작은 ‘태아’에서 시작됐다

5일 온라인서 제9회 생명대행진 열려
생명운동가들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낙태 선택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해야” 주장

입력 2020-09-05 18:45 수정 2020-09-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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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생명대행진' 모습.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 제공

“정부가 주장하는 생명 존중과 인권 최우선의 가치를 낙태법 개정안에서도 반드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우리 모두 작은 태아였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인 차희제 프로라이프 의사회장은 5일 오후 온라인 화상플랫폼 줌(Zoom)에서 열린 ‘제9회 생명대행진 2020’에서 성명을 낭독하다 이 대목에서 목이 멘 듯 잠시 울먹였다. 생방송을 듣던 140여명 참석자들은 정적의 시간을 지켜봤다. 차 위원장의 성명 발표 후 참석자들은 ‘여성과 태아 생명 모두를 존중하라’ ‘낙태죄 완전폐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를 운영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 변호사회 여성회가 주관한 생명대행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이날 참여한 종교·여성·입양 단체 등 생명 운동가들은 낙태죄 폐지가 생명경시 풍토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태아를 보호함과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진행되는 낙태 예방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명을 발표하는 차희제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

프로라이프 변호사회 윤형한 변호사는 앞으로 제정될 낙태죄 입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전면적 낙태 처벌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헌재결정문에 의하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아니다”며 “일부 여성단체들이 낙태의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헌재 결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둘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라는 것은 추상적·포괄적 개념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낙태를 허용해선 안 된다”며 “이런 사유들은 원래 존재한 사회적 문제로,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5개 항의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 사유, 전염성 질환, 근친 간의 임신은 낙태 허용 사유에서 삭제돼야 한다”며 “강간에 의한 임신, 모체의 위험을 일으키는 임신의 경우에만 (낙태를) 존치하되 그런 상황에도 임신 중기인 22주 이전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22주 이후엔 임신중절이 아니라 살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의학 발전에 따라 유전학적 장애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고, 임신 초기에 이를 식별하는 것이 의료기술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 근친 간의 임신 경우도 사실관계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용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제9회 생명대행진이 진행되는 모습.

참석자들은 충분한 고민과 다양한 의견 수렴 없이 낙태를 손쉽게 허용하는 입법 추진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신상현 수사는 “1973년 미국에서 낙태죄 폐지후 생명 운동이 시작됐다. 만 45년 만인 지난해 미국 10여개 주에서 낙태금지법, 태아박동법이 통과됐다”며 “미국 사회는 낙태죄 폐지 후 가치관 혼란, 가정 파괴 등의 사회 병폐를 경험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실험이 끝난 나쁜 법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불행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혜정 케이프로라이프 대표는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여성 단체들은 태아 생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임신을 원치 않은 여성의 상황을 강조하며 낙태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남녀 모두 생명에 책임을 갖도록 해 여성이 낙태까지 하도록 몰리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라이프 대학생회 부대표 이주현씨는 “한부모 지원법을 강화하고 남성에게 양육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혼모의 경우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입양을 보장하는 익명 출산법도 필요하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친화적인 직장 문화도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미혼모가족협회 김은희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혼전 성관계를 비정상적이라고 부정하지 않으나 혼전 임신과 출산에 대해선 아직도 문화적으로 억압하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혼모단체로 낙태를 찬성해야 하지 않냐고 이야기하겠지만 모든 주수의 태아를 부정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우리는 뱃속의 태아와 여성을 모두 지지한다. 생명을 선택하는 분들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 중 10%는 입양되고 10%는 회복된 원가정으로 돌아간다”며 “나머지 80%의 아이들은 각종 시설에서 10여년 있다 사회에 나온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힘들다면 입양 단체나 미혼모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며 “그러나 낙태라는 선택은 옳지 않을뿐더러 여성이 평생 죄책감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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