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처럼 비혼모 허용으로 정자를 쇼핑하게 되면 나타날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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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국처럼 비혼모 허용으로 정자를 쇼핑하게 되면 나타날 문제점

입력 2020-12-07 10:51 수정 2020-12-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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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 변호사

벌써 13년 전 얘기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생식세포 경매 사이트를 통해 미녀의 난자와 건강하고 재능있는 남성의 정자를 판매했다.

가장 유명한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에 방문하는 여성이 “카탈로그를 보여주세요. 기증자들의 인종, 혈액형, 머리카락 색깔, 눈동자 색깔, 직업, 학위 등을 알고 싶군요. 아르메니아인 국제 기업가를 찾는데…”라고 하면, 미스터 3291번이 어떻겠냐고 추천한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비혼모 허용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미국처럼 정자은행이 상업화・활성화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외국의 비배우자 인공수정 시술 현황

선진국은 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하는가? 그렇지 않다. 2016년 보건복지부 학술용역과제인 ‘외국의 정자 기증・수증 시술 현황, 정자은행 운영 법규정, 지침 및 관련자료’에 의하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역시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금지되어 있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허용된 미국 최대의 캘리포니아 정자은행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클릭 한 번으로 성별은 물론 생김새, 체형, 머리카락 색깔까지 ‘맞춤형 정자’를 고를 수 있어서, 우수한 정자를 찾는 수요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이미 “정자은행은 불황을 모르는 ‘백색 금광’이다” “0.9%의 선택된 소수만이 기증자가 될 수 있어서,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1980년대까지 고객의 90%가 불임부부였지만 2010년에는 65%가 레즈비언 커플이다”라는 자평이 있었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허용된 영국을 살펴보면, 영국 의회가 2013년 7월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이후 동성 커플의 정자 수요가 2013년 이후 20% 증가했다. 최근 수요자의 민족성 또는 종교 등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특정 기증자의 부족으로 미국, 덴마크 등 해외에서 정자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기증자 익명성을 폐지해 영국 내 기증자 수가 감소했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허용된 프랑스의 정자 기증자는 2009년 400명, 2010년 302명, 2011년 233명으로 감소했다. 동성결혼과 입양 증가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예상한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허용된 일본의 경우, 1995년 상업 목적의 정자매매 활동이 양성화되자 일본산과부인과학회(JSOG)는 이를 규제할 목적으로 1997년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과 정자 기증에 관한 견해’를 내놨다. 현재 비영리 및 영리 정자은행이 모두 운영된다.


기증자를 속이고 정자를 사용한 사례

네덜란드의 불임 전문의 얀 카르바트는 자신의 병원을 방문한 여성들에게 기증받은 정자로 속이고 자신의 정자를 사용해 56명을 출산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불임 전문의 도널드 클라인은 최소한 30여명의 여성에게 기증받은 정자로 속이고 자신의 정자를 사용했으며, DNA 검사 결과 61명이 그를 생물학적 부친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에서 2000년부터 정자를 기증해 아이 36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크리스 아젤레스가 조현병을 앓고 있고, 대학을 중퇴한 강도 전과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자신을 4개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큐 160의 천재이며, 신경 과학 공학 박사 학위 취득을 준비 중이라고 속였다. 이에 그의 정자는 인기가 좋았고, 그 수요가 많았다.

이처럼 미국에서 기증자가 아닌 의사의 정자가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해당 자녀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조디 마데이라 법학 교수는 미국 내뿐 아니라 영국, 남아공,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자녀들의 정체성 문제

자신의 DNA가 시술 의사와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된 이브 윌리는, “사람은 유전적 정체성 위에 인생을 엮어가는데, 그 기초가 허물어지니 심적으로 황폐해졌다”고 했다. 그녀의 정체성을 더욱 흔든 것은 DNA 테스트를 받기 전 정자 기증자라고 확신하는 사람을 찾아내서 아버지라 믿고 돈독히 지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낳은 아이들도 그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랐다.

자신을 윌리의 생물학적 부로 믿었던 남성도 테스트 결과를 전해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아름다운 부녀관계’를 계속하기로 했다. 정체성을 붙들기 위해 쓰는 안간힘이다. 같은 일을 겪은 마렌다 터크는, “나는 형언할 수 없는 정체성의 위기에 빠졌고,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성적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최근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은 “국가가 좋은 정자를 선별해 아이들을 출산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좋은 정자 선별”이라는 표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허물지 말라

외국처럼 비혼모가 정자를 쇼핑하고, 이것이 당연시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어떻게 되는가. 우생학적으로 더욱 완벽한 아기를 갖기 위해 결혼한 부부조차도 정자와 난자를 쇼핑하는 세상이 오지 않겠는가.

기증 정자로 태어난 자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결국 생물학적 부를 찾게 된다. 그런데 그 남성의 조건이 뛰어나서 나 말고도 수많은 자녀가 있고,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비혼모가 허용될 경우 처음에는 비영리 정자은행만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미끄러진 경사면 논리에 따라 결국 더 나은 조건의 정자를 원하는 여성의 주장이 반영될 것이고 영리 정자은행까지 허용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생명윤리가 무너지는 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비혼모 허용은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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