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체미는 왜 도란링을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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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원 ‘쇼메이커’ 허수가 밝힌 이날의 아이템 선택 이유

입력 2020-12-21 21:57 수정 2020-12-21 22:43
라이엇 게임즈 제공

담원 게이밍 ‘쇼메이커’ 허수는 21일 ‘2020 LoL KeSPA컵(KeSPA컵)’ 조별 예선에서 두 경기 모두 신드라를 골랐다. 농심 레드포스전에선 ‘정화’와 ‘도란의 반지’ 스타트를 택했고 DRX전에선 ‘순간이동’과 ‘부패 물약’ 스타트를 택했다. 그는 어떤 근거로 룬과 아이템을 골랐을까? 경기 직후 허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날 허수의 룬과 아이템은 경기 전부터 완벽하게 설계돼있었다. 평소 그는 부패 물약 스타트를 하면 ‘시간 왜곡 물약(시왜물)’과 ‘비스킷 배달’을 찍어 그 효율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도란의 반지 스타트를 한 오늘은 시간 왜곡 물약 대신 ‘우주적 통찰력’을 찍었다. 이 룬은 프리시즌 들어 소환사 주문 가속을 15 더해주게끔 재설계됐다.

“트위스티드 페이트(트페)를 상대할 땐 정화가 필요해서 순간이동을 못 들어요. 신드라 대 트페 구도에선 신드라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구도가 나오고요. 이러면 도란의 반지에 우주적 통찰력이 낫습니다. ‘점멸’의 쿨타임이 40초 줄어들고 정화도 더 자주 사용할 수 있죠. 트페 말고도 타릭, 말파이트 등이 있었잖아요? 점멸로 CC기를 피해야 할 상황이 많을 거로 봤어요.”

“보통은 트페를 상대할 때도 부패 물약에 시왜물 스타트를 해요. 그런데 종종 상대 조합을 보면 스펠을 평소보다 많이 써야 할 때가 있어요. 그게 오늘 같은 날이죠. 트페의 골드 카드에 칼리스타, 타릭의 궁극기 연계를 맞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허수는 “라이너들은 게임을 많이 하면서 이런 데이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강조하는 허수의 플레이엔 유독 ‘깨알 같은’ 것들이 많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실력이 평범한 기자의 눈으로 봐도 그가 남들보다 더 깊이, 더 많이 고민한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그는 이미 프리시즌 주문 가속 시스템의 도입에서 비롯된 사소한 변화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엔 우주적 통찰력을 찍은 챔피언을 1레벨에 눌러보면 스펠 쿨감 5%가 보였어요. 그러면 점멸 쿨타임을 15초 줄여서 스펠 체크를 하면 됐죠. 지금은 그게 안 보입니다. 점멸이 40초 빨리 도는지 상대는 알 수 없어요. 도란의 반지를 산 걸 보고 우주적 통찰력을 찍었다고 예측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놓치기 쉽죠.”

“오늘 말파이트 궁극기를 점멸로 많이 피했거든요. 우주적 통찰력을 안 찍었다면 다 맞았을 거예요. AP 메이지는 점멸 유무가 굉장히 중요해서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쿨감신)’까지 사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면 점멸 쿨타임이 대략 70초 정도 줄어들어요.”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는 신드라를 비롯한 AP 메이지 간 대결 구도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자신만의 데이터가 풍부하게 축적돼있다. 오늘 그가 소화한 신드라 대 트페 구도는 솔로 랭크와 스크림에서 충분히 붙어보고 연구한 구도였다. 두 챔피언의 라인전에 대한 해설을 부탁하자 그는 청산유수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신드라 대 트페의 주도권은 신드라한테 있어요. 트페가 이기려면 신드라에게 정화가 강제되는 걸 이용해야 합니다. 트페만 순간이동이 있는 턴에 ‘암흑의 인장’이나 도란의 반지를 사서 탑이나 바텀에 궁극기 ‘운명’을 활용한 압박을 가하는 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해요.”

“오늘은 제가 초반에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 성공하고, 순간이동을 빠르게 소비시킨 게 주효했습니다. 트페가 라인을 프리징하는 데 썼거든요. 제가 한 라인을 놓쳤지만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초중반 단계를 무난하게 넘긴다면 신드라가 더 좋은 챔피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트페가 잘하면 ‘미니언 해체분석기’의 힘으로 라인을 먼저 밀고 귀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트페가 라인이 트페 쪽으로 당겨지는 상황에서 귀환했고, 그래서 제가 라인전을 잘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트페는 6레벨 때 상대방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정말 중요한 챔피언인데요.”

그는 마찬가지로 DRX전에서 미드 칼리스타를 보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칼리스타는 제가 많이 해봐서 잘 알아요. ‘솔카’ 송수형 선수도 칼리스타를 많이 하는 거로 알고 있어서 크게 당황하지 않았어요. 신드라 대 칼리스타는 칼리스타 쪽에서 1레벨부터 작정하면 강하게 때릴 수 있어요. 오늘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어서 송수형 선수가 그렇게까지 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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