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OTHER’, 분리배출 해요 말아요? [에코노트]

골칫거리 ‘OTHER’, 분리배출 해요 말아요? [에코노트]

입력 2021-06-05 00:06 수정 2021-06-05 00:06
사진=박상은 기자/픽사베이

쓰레기를 버리려다 겉에 표기된 ‘아더(OTHER)’ 때문에 난감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재활용 표시가 돼 있긴 한데, 복합재질로 이루어진 OTHER는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라면이나 과자 봉지부터 배달 용기, 즉석밥, 화장품 케이스까지 OTHER 제품은 널려있는데 소비자는 아직도 헷갈립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소비자는 재활용 비용 냈는데… 재활용할 방법이 없다?

OTHER는 말 그대로 ‘기타 재질’을 뜻합니다. 분리배출 표시를 보면 페트, 플라스틱, 비닐류로 구분돼 있고 이중 플라스틱과 비닐류 밑에는 재질이 작게 표시돼 있는데요. 다섯 가지 단일 재질(LDPE, HDPE, PP, PS, PVC) 외에 다른 재질로 이루어져 있거나, 두 가지 이상 재질이 섞여 있으면 OTHER로 표시합니다.

원칙적으로 소비자는 재활용 표시가 있으면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OTHER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19년째 생산자에게 제품의 수거·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정 품목을 만드는 생산자가 재활용 업체에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이 비용은 소비자 가격에 포함돼있습니다. 소비자가 ‘재활용 비용’까지 이미 지불한 셈입니다.

그런데 재활용 선별장에 도착한 OTHER는 비닐인지, 용기인지에 따라서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비닐류는 OTHER 재질이든 단일 재질이든 상관없이 태워서 고형연료(SRF)로 재활용합니다. 고형연료란 폐기물 중에서 이용가치가 있는 가연성 폐기물을 골라내 연료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용기류로 제작된 OTHER입니다.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즉석밥 용기와 색깔도 모양도 다양한 화장품 용기 등이 대표적이지요. 통상 용기류 OTHER는 원료 재질 확인이 어렵고, 재활용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선별장에서 결국 쓰레기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즉석밥 용기는 극히 일부 재활용이 되기도 하지만, 화장품 용기의 경우 대부분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홍수열 자연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5일 “현재 EPR은 고형연료를 무조건 성형해야 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이것은 비닐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용기류는 성형 방식으로 고형연료를 만들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OTHER 용기류를 재활용할 방법을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EPR 제도를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그럼 생산자가 낸 분담금(소비자 가격에 포함된 비용)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홍 소장은 이 돈이 비닐 재활용에 쓰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비닐은 생산자가 분담금을 낸 제품과 내지 않은 제품이 구분 없이 뒤섞여서 재활용되는데요. 그 양이 워낙 많아서 현재로선 생산자 분담금만으로 모두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OTHER 용기류를 재활용하려면 결국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재원을 끌어올 방법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홍 소장은 OTHER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용기류가 선별될 수 있도록 비용을 투자하고, 이후 진전된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회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홍 소장은 또 분리배출뿐만 아니라 ‘생산자가 돈을 낸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해서 표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분리배출된 비닐 중 생산자가 돈을 낸 비율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죠. 그는 “그동안 EPR 제도를 운용하면서 하나씩 제도를 정비했어야 했다”며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최근에서야 OTHER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플라스틱 등으로 이뤄진 몸체에 금속 등 다른 재질이 혼합되거나 도포·첩합돼 분리가 불가능한 경우 위와 같은 분리배출 도안을 표시하도록 하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을 행정예고했다.

정부는 OTHER 제품 중에서 플라스틱에 금속이 붙어있는 형태 등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분리배출하지 않도록’ 표시하는 개정안을 지난 2월 행정예고했습니다. 간담회 등을 거쳐 상반기 중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인데요. 이번 정책이 통과되면 선별장으로 넘어가는 OTHER 제품이 일부 줄어들겠지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재활용할 수 없으니 분리배출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재원을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 재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요. OTHER 비닐과 각종 용기가 재활용되기를 바라며 깨끗이 씻어 분리배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지자체와 기업들도 EPR 제도 개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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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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