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 e스포츠, ‘글로벌 센세이션’ 되찾는 열쇠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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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지 e스포츠, ‘글로벌 센세이션’ 되찾는 열쇠 될 것”

[인터뷰] 게임사 크래프톤 펍지 스튜디오 이민호 e스포츠 총괄 인터뷰

입력 2021-06-06 17:02 수정 2021-06-07 15:59
이민호 펍지스튜디오 e스포츠 총괄이 27일 서울 서초구 펍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배틀그라운드(펍지) e스포츠는 어떻게 다시 유명세를 타게 됐을까. 서서히 하락 곡선을 그리는 듯했던 ‘펍지 e스포츠’가 최근 열린 국제대회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PGI.S)’에서 일 최고 시청자 1130만명, 일 평균 시청자 1000만명을 기록하며 심상찮은 기지개를 켰다. PGI.S는 북미, 유럽 등 먼 곳에서 온 선수들이 한국에 모이고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국 선수들은 자국에서 대회를 치르는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새삼 이목을 샀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큰 탈 없이 8주간의 릴레이를 마친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술적·의료적 성과라고 업계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팀 디그니타스 같은 해외 e스포츠 전문 팀들의 펍지 프로팀 창단 사례가 최근 부쩍 늘어난 것에서 보듯, 배틀그라운드 대회에 대한 세간의 ‘의심’은 상당부분 걷어지는 모양새다.

게임사 크래프톤에서 운영 중인 펍지 e스포츠는 토종 게임의 첫 글로벌 대회 발굴 측면에서 값진 의미가 있다. 한국은 e스포츠가 태동한 종주국이지만 국제대회로 발돋움한 토종 게임을 여태껏 발굴해내지 못했다. 올해 초 크래프톤의 펍지 스튜디오에 합류해 PGI.S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이민호 e스포츠 총괄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펍지 e스포츠는 배틀그라운드 출시 당시 보여줬던 글로벌 센세이션을 다시 되찾을 반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총괄은 MBC 스포츠·드라마 PD로 15년,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방송총괄로 3년을 근무하다가 지금의 펍지 스튜디오에 이르렀다. 이 총괄은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의 문법과 라이브의 극적 요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화려함, 아이돌 비즈니스로서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스포츠와 드라마라는 양극단의 콘텐츠를 경험한 후에 e스포츠로 오게 된 것은 그런 점에서 운명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PGI.S에서 우승을 차지한 북미 게임단 소닉스. 지난 2월부터 8주간 열린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PGI.S)’는 북미, 유럽 등 먼 곳에서 온 선수들이 한국에 모이고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국 선수들은 자국에서 대회를 치르는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크래프톤 합류 배경에 대해 이 총괄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님과 인터뷰 하면서 e스포츠를 단순 스포츠의 일부나 게임 마케팅 수단으로 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로 접근하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한 차례 만남에 바로 새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가 정통 스포츠 출신이기에 스포츠는 포맷이 있고 공정성과 엄숙함도 있어야 한다는 게 몸에 배어 있는데, 펍지는 그런 제약이 없어요. e스포츠를 넓은 의미의 콘텐츠로 보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힘을 쏟죠. 그 결실이 나올 때까지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총괄은 ‘배틀로열’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회의 방향성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인칭 슈팅 게임(FPS)의 e스포츠화는 난이도가 높다. 그런데 FPS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게 배틀로열 장르다. 플레이어 수가 많고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면서 “배틀로열은 정보를 과감히 잘 버리는 게 중요하다. 모든 걸 보여주기보다 메인 스토리 라인을 잡고 거기에 맞춰 취사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e스포츠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극적인 연출과 직관적인 표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호 펍지스튜디오 e스포츠 총괄이 27일 서울 서초구 펍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최근 ‘치킨룰(최후 생존 점수가 순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방식)’ 위주로 대회를 재편성한 것도 ‘취사선택’의 일환이다. 이 총괄은 “플레이어들이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언제일까 생각해보면 결국 배틀로열의 핵심인 ‘최후 생존’에 성공할 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PGI.S에서 한 번의 생존으로 마치 대회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뻐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런 확신을 더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데이터 기반으로 펍지 내에서 연구된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괄은 펍지 e스포츠의 콘텐츠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방면의 업그레이드가 올해 내 있을 거라고 공언했다. 대표적인 게 실시간 승률 예측 시스템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실시간으로 승률이 산정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자기장과 남은 전력, 상대 팀과의 거리, 지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반전 4~5개 팀의 승률이 중계방송에 표기된다. 이 총괄은 “팀별 승률을 시각화하면 선수들이 어떤 여건에서 생존 스토리를 쓰는지 더 직관적으로 스토리텔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를테면 한 자릿수의 기적을 뚫는 짜릿함이 보는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FIFA 랭킹처럼 전 세계 팀들의 순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파워 랭킹이라든지 스포츠 게임의 선수 능력치처럼 펍지 선수들의 실력을 수치화하는 ‘선수 스탯’ 등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 총괄은 “이런 모든 변화를 담은 완전히 새로운 로드맵을 올해 공개할 타이밍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펍지 e스포츠의 10년 후를 묻자 이 총괄은 “빠르게 변화하는 e스포츠 씬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감히 기대해보자면 오리지널 배틀로열 e스포츠로서 생존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틀로열 장르가 처음 e스포츠로 발을 내딛던 당시에 많은 분들이 기대하신 것 못지않게 우려도 하셨다. 2021년 현재 펍지 e스포츠는 훨씬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배틀로열 e스포츠는 마치 배틀로열 전장에 떨어진 것처럼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지만 생존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괄은 미래형 콘텐츠로서 e스포츠는 어떤 서사를 보여줄지도 중요하지만, 그 스토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또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 핵심은 차별화된 연출과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게임을 창조해낸 펍지의 개발력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시너지는 이제 시작 단계이자 제가 이 곳에 오기로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 이스포츠 중 하나가 아닌 단 하나의 배틀로얄 e스포츠의 즐거움을 보여드릴 테니 앞으로도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를 계속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더 발전하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민호 펍지스튜디오 e스포츠 총괄이 27일 서울 서초구 펍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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