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 데리고 9등

국민일보

쵸비 데리고 9등

입력 2021-07-23 21:40

팀 관계자들이 ‘영입하고 싶은 선수’를 꼽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는 ‘쵸비’ 정지훈이다. 한 팀의 선수들은 정지훈을 ‘르브론’이라고 부른다. 다재다능한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처럼 라인전, 운영, 사이드 플레이 등 모든 걸 잘해서 그렇다고 한다. 모여서 경기를 보다가 정지훈이 슈퍼 플레이를 할 때마다 “ㅇㅅㅊㅅ(역시 쵸비신)”이라며 다 같이 감탄할 정도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그런 정지훈을 데리고서 9등에 머물고 있다.

한화생명은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KT 롤스터에 세트스코어 0대 2로 패배했다. 3연패에 빠진 한화생명은 4승8패(세트득실 –9)가 돼 KT(5승8패 세트득실 –1)에 8위 자리를 내줬다.

부진한 경기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임이었다. 1세트 때는 초반 미드·정글 싸움에서 일방적 이득을 취했으나 상대방에게 드래곤 4개를 쉽게 내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역전패했다. 2세트 때도 예측 가능한 매복 플레이에 당해 승기를 잃었다. 둘 다 정교한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영 능력 보완 못잖게 상체를 이루는 선수들의 분발 또한 요구된다. 많은 팀들은 상체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현재 메타를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화생명의 상체 구성원 중엔 정지훈 외에 게임을 캐리할 선수가 없어 보인다.

정지훈이 캐리보다 서포팅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 룰루를 골랐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고, 상대한 선수 입에서 “기분 좋게 경기에 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쟁자들은 가위바위보를 양손으로 하는데 한화생명은 한 손만 쓸 수 있는 모양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팀 게임이다. 한화생명의 깊은 부진에 정지훈의 책임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라인전에서 큰 우위를 점하고, 전투 지역에 상대 라이너보다 빠르게 합류하는 그가 9위의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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