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출산위기 인도여성…손 잡아준 사람은 [아살세]

국민일보

구치소 출산위기 인도여성…손 잡아준 사람은 [아살세]

부산 변정섭 목사 손 내밀어
형집행정지 받고 무사히 출산
입양 어려워 31일 아기와 재수감

입력 2022-01-01 18:00
부산복지중앙교회 관계자들이 낯선 땅에서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태어난 인도의 여자아기를 꼭 안은 채 살펴보고 있다. 변정섭 목사 제공.

임신 상태로 부산구치소에 구속수감됐던 인도 국적의 여성 A씨(26)가 부산의 한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했다는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3월 A씨는 지인에게 속아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을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1심에서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A씨는 2심 선고를 앞두고 부산구치소로 이감됐습니다. 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던 A씨는 지난해 9월 30일 국내 비자까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부산구치소 측은 주한 인도대사관에 A씨에 대한 신원보증과 병원비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사관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A씨가 교정시설에서 출산할 위기에 놓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온정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바로 부산복지중앙교회의 변정섭(66) 목사였습니다.

부산복지중앙교회 전경. 변정섭 목사 제공.

법무부는 출산을 이유로 A씨에게 지난 10~12월까지 형집행을 정지했습니다. A씨는 출산 한 달을 남겨놓고 변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의 생활관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30일, A씨는 몇 시간의 진통 끝에 여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병원 측은 A씨와 아기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모두 건강한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지난 31일 출산을 위한 형집행정지가 만료돼 아기와 함께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변 목사는 아이를 위해 입양기관을 알아봤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법적으로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답니다. 더군다나 인도대사관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접수하지 않아 입양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해요.

변 목사는 “인생의 굴곡 속에서의 만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A씨가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교회 수양관에서 지낸 좋은 기억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출소 후에도 교회를 찾아오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겠다”며 “어려운 과정이 있었던 만큼 무사히 출소해 잘 지내고 아기도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변 목사가 딱한 처지에 있는 수감자를 도운 건 처음이 아닙니다. 변 목사는 26년 전 법무부 범죄예방 부산북구자원봉사협의회 대표위원으로 임명받아 출소자 상담과 오갈 데 없는 형집행정지 수감자의 보호를 도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 목사의 도움을 받은 형집행정지 수감자는 1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고 한 성경의 가르침대로 낯선 땅에서 기댈 곳 없는 이들의 손을 꼭 잡아줬던 것이지요. 추운 겨울 날아온 변 목사의 따뜻한 선행 소식이 한파 속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는 듯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채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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