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김앤장’ 선임에… 붕괴아파트 입주예정자 ‘분노’

국민일보

현산 ‘김앤장’ 선임에… 붕괴아파트 입주예정자 ‘분노’

입력 2022-01-16 09:38 수정 2022-01-16 11:01
지난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가 실종자 가족 등에게 수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 서구 제공

광주에서 잇단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킨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대형로펌을 선임하며 법률 대응 움직임을 보이자 현산 간판 브랜드인 ‘아이파크’의 입주예정자가 분노를 표출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2단지 예비입주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산의 대형로펌 선임을 비판하고,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1군기업에 화려함의 정점을 찍어준다기에 저의 한 번뿐인 소중한 신혼 특공을 화정 아이파크에 쓰게 됐다”며 “입주를 앞두고 월세살이 중 처참히 무너진 아파트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작업자들의 실종으로 내 집이 사라져버리는 고통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며 “실종자들이 구출되길 간절히 기다리던 오늘 현산 측이 대형로펌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입주예정자들에게는 기다려 달라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어떤 것을 대비하기에 대형법률로펌을 선임한 것이냐”고 물으며 “참고 참았던 슬픔과 원통함에 가슴이 미어지고 짓누른다”고 밝혔다.

이어 “입주자들은 한 푼씩 모아 수색대원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구호물품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서 (재건축이 아닌) 보강으로 결정될까 봐 심리적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붕괴사고 관련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삼풍백화점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내 아이들과 저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사랑하는 가족과 평생 그 아파트에서 불안함과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이 일을 일벌백계 삼아 철거 후 재건축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앤장 선임한 현산… 태평양도 관심

현산은 지난 12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법률 자문과 형사 대응을 맡기기로 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6월 9일 철거건물 붕괴로 사망 9명, 부상 8명 등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참사 현장에서도 현산 측 형사 대응을 담당했다. 현재는 현장 관계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앤장은 지난해 초 신설한 ‘중대재해대응그룹’을 통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노동·형사, 건설, 인사노무, 기업지배구조 분야 사건을 맡아온 100여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조직이다. 기업이 안전·보건 시스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환경부·수사기관 조사·수사에 즉각 대응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김앤장 외에도 태평양 등 다른 대형로펌도 수임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대규모 법률 대응단이 꾸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산 현장소장 A씨(49)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13일에는 하청업체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공사 관련 서류, 감리일지 등을 확보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부실공사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현장소장 A씨와 직원, 감리 2명, 하청업체 대표 등은 경찰 조사에서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됐고 감리·감독도 철저히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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