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멀쩡한 가정 ‘풍비박산’ 낸 건가요? [사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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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멀쩡한 가정 ‘풍비박산’ 낸 건가요? [사연뉴스]

편의점 근무 중 음주운전 손님 발견
경찰에 CCTV화면 넘기고 진술
운전자가 연락와 해고당했다 토로

입력 2022-01-22 16:49 수정 2022-01-22 17:16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보고 신고할까 말까 잠깐 고민한 적 있으시죠? 아마 신고했을 때 차량 운전자로부터 어떤 보복이나 협박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텐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주운전 차량을 신고한 뒤 운전자로부터 “당신 때문에 멀쩡한 가정 풍비박산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가 음주운전 신고한 게 가정을 망쳤다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밝힌 A씨는 해당 글에서 근무 중에 손님으로 온 음주운전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밝혔습니다.

A씨는 한 달 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술을 마시고 운전한 뒤 편의점 앞에 차를 대놓고 그 상태로 잠든 손님 B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A씨는 B씨가 직접 운전해서 왔고 편의점에서 사 간 것도 있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굳이 왜 신고할까 싶기도 할 것이다. 사실 친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큰 수술을 받아 지금까지도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며 “이런 것을 보면 진짜 눈이 뒤집혀서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본인이 아닌 대리기사가 운전해서 편의점까지 왔다고 발뺌했습니다. 이에 A씨는 본인이 신고자라고 밝힌 뒤 편의점 CCTV를 보여주고 B씨가 확실히 운전해서 왔다고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A씨는 “경찰서에서 확인 전화가 몇 번 오다가 말았는데 전날 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B씨였다”며 “자기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당하고 일하던 직장도 짤리고 임신한 아내가 있는데 집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B씨는 내가 멀쩡한 가정 풍비박산 냈다고 해 듣다가 그냥 끊었다”면서 “전화 받고 죄책감이 드는데 진짜로 굳이 신고한 걸까”라고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해당 사연에 누리꾼들은 A씨를 위로하는 댓글을 다수 남겼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자기가 음주운전 해서 가정이 망한 건데 남 탓을 하는 걸 보면 반성을 안 한다’‘살인자될 수도 있는 것을 실업자로 막아준 신고자인데 고마움을 모른다’‘신고하지 않았으면 음주운전으로 남의 가정을 풍비박산 냈을 사람이다’‘임신한 아내가 있는데 일찍 귀가하지 않고 음주운전 한 것이 잘못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친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크게 다쳤던 A씨. 친동생이 생각나 음주운전 차량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경찰에 신고한 것인데요. ‘당신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는 운전자의 말에 마음이 많이 불편해 보입니다. 만약 B씨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A씨의 마음이 조금은 편했을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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