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엔 철퇴… 오스템임플란트, 상폐 운명 맞나

국민일보

횡령·배임엔 철퇴… 오스템임플란트, 상폐 운명 맞나

입력 2022-01-23 06:00 수정 2022-01-23 09:54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식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날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지난 5년간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려 코스닥시장에서 강제로 퇴출한 기업이 6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결론이 나오는 가장 흔한 사유는 ‘횡령·배임의 발생’이었다.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소의 심판대에 오른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폐지 칼날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총 61개였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피흡수합병, 유가증권시장 이전 등으로 상장폐지한 기업은 제외했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두 갈래로 이뤄진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기업이 특정 요건에 해당하면 발동한다. 정기보고서 미제출과 감사의견 비적정, 자본잠식처럼 명확한 문제가 있을 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다.

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거래소의 자체 판단이 중요하다. 특정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상태,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형식 요건만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불건전 기업을 솎아낼 수 있다. 하지만 해석과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거래소 자체 판단 및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코스닥시장위원회 등 ‘3심’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된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코스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150개 기업 중 상장폐지된 기업은 39곳(중도 상장폐지 포함)이다. 신라젠을 포함한 39곳은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 이후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72곳이다.

가장 흔한 상장폐지 사유는 ‘횡령·배임 사실 확인’(10곳)이었다. 그다음으로 ‘불성실 공시’(8곳)와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6곳), ‘회계처리 위반’(5곳) ‘주된 영업의 정지’(5곳) 순이었다. ‘관리종목·투자주의환기종목 관련 사유’가 4곳으로 가장 적었다.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판가름할 때 횡령과 배임 문제를 매우 무겁게 본 것이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등 회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재무·회계적 결함이 있는 기업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애초에 걸러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기심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신라젠은 당시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5월 거래가 정지됐다. 하지만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해당 문제는 2013~2014년 벌어졌다. 상장하기 전의 일로 상장폐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코스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부실기업이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4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자기자본 기준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자본잠식이 있어도 상장할 수 있게 했다. 검증이 제대로 안 된 기업들이 마구잡이로 코스닥에 상장된 것이다. 신라젠도 이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 중 하나다.

2215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신라젠의 길을 밟을 수 있다. 자금관리 팀장 이모(45)씨가 수년간 막대한 회삿돈을 빼돌렸고,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이 오스템임플란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 경영진 리스크도 있다. 거래소는 오는 24일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올릴지 결정한다. 조사가 더 필요한 경우 검토 기간을 15일 더 연장한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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