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2천억 쓴 취업지원제, 절반이 ‘백수·비정규직’

국민일보

[단독] 1조2천억 쓴 취업지원제, 절반이 ‘백수·비정규직’

지원 종료 구직자 17만1607명 중
33.6% 취업 실패, 13.6% 비정규직
‘한국형 실업부조’라더니 실적 미흡
올 예산 3000억원 추가

입력 2022-01-25 17:35

정부가 지난해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부르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세금 1조2000억원을 쏟아붓고도 지원 종료자 절반은 무직이거나 비정규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3000억원 더 늘려 ‘거품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취업지원제도 지원이 종료된 구직자는 17만1607명이었다. 이 제도는 저소득 구직자·청년 등에게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과 취업 서비스를 제공해 안정적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취업지원제도 시행 첫해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17만1607명 중 5만7563명(33.6%)은 취업에 실패했고, 비정규직(계약직) 취업자가 2만3312명(13.6)이었다. 4574명(2.6%)은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지난해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한 구직자 2명 중 1명가량이 실업자 또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한데 그친 것이다.

한 노동 전문 대학 교수는 “해당 제도 참여자 절반 정도만 정규직으로 취업한 셈인데, 정부 지원 없이 개인 구직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취업 가능한 숫자로 보여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도 목표에 못 미친다. 고용부가 지난해 취업지원제도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총 59만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말까지 지원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은 42만2262명에 그쳤다. 약 17만명 미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올해는 60만명을 지원하겠다며 예산을 1조5000억원으로 3000억원 더 늘렸다.

정책 관리에도 허점을 보였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2개월 이내 전역하는 군 장병도 취업지원제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군 장병에게 구직수당을 주는 첫 시도였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전역예정장병 참여자에 대한 별도 통계는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고용부가 대선을 앞두고 2030 표심을 의식해 정부·여당에 유리할 수 있는 청년 대책들을 부풀려 발표하고 정작 관리·감독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냉랭한 고용시장 상황과 겹치면서 실질적인 대책보다 표가 될 만한 정책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62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원하지만 적당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다.

임 의원은 “정부는 고용회복 속도가 빨라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자찬했지만, 고용시장은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은 지양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