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둘러싼 러·서방 평행현실…러시아인은 ‘서방공격’ 걱정 중

국민일보

우크라이나 둘러싼 러·서방 평행현실…러시아인은 ‘서방공격’ 걱정 중

입력 2022-01-26 16:35
러시아 크레믈린궁. TASS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려하는 서방과 달리 러시아인들은 자국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걱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과 러시아 간 전운이 고조되자 우크라이나인들은 스스로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질 도허티 CNN 러시아 모스크바지국장은 25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모스크바의 국영TV를 보면 군대와 탱크, 철조망, 저격수가 조준하는 영상을 볼 수 있지만 공격 태세를 갖춘 쪽은 러시아군이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 중이라고 전하는 서방 보도와 딴판인 내용을 접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지에는 무장한 외국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해 진격하고 정찰기가 머리 위를 날고 있다는 소문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나토군은 러시아를 포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실각과 자국 에너지 장악 등 과거 수년간 진행해온 계획을 실행 중이라고 도허티 지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거의 모든 뉴스와 토크쇼에서 반복되는 모스크바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는 ‘퍼핏 마스터(꼭두각시 조종자)’ 미국에 완벽히 통제 당하고 있는 실패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위협적이기는 해도 약할 뿐 아니라 정치적 분열과 인종적 분열로 쪼개진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한다. 이런 러시아의 국가 선전은 시청자를 고무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도허티는 분석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고조는 러시아가 아니라 나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TV는 나토군에 둘러싸인 러시아 동맹 벨라루스 지도를 보여주며 자국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는데 이는 서방 언론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지도를 보여주는 것과 흡사하다.

현지 비정부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이 미국과 나토를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러시아 탓이라고 답한 러시아인은 3~4%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원들은 주요 언론 매체가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인들이 정신적으로 지쳤다고 말한다고 도허티는 전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지만 러시아 내 대안 뉴스매체 대부분이 폐간되거나 소외됐다”며 “크렘린이 계속해서 방송을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혹시 있을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비상 시 유의사항들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준비됐다’는 뜻의 자국어 ‘миготові’에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민에게 “침공 위협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평소처럼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러시아가 침공 채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경고에도 발끈했다.

강창욱 황인호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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