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종이테이프, 정말 ‘재활용’될까?[에코노트]

국민일보

‘친환경’ 종이테이프, 정말 ‘재활용’될까?[에코노트]

플라스틱 대체하는 종이 포장재들
실제 재활용 여부는 꼼꼼히 따져야

입력 2022-02-26 18:00 수정 2022-02-26 18:00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택배 상자를 정리하다 이런 문구를 봤습니다. ‘친환경 종이테이프입니다. 상자와 함께 버려주세요.’ 상자에 붙어 있는 테이프가 종이 재질이니, 떼지 않고 그대로 분리배출해도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실제로 이 테이프는 겉으로 보기에도 만져봤을 때도 종이였습니다. 운송장과 테이프를 떼는 일이 은근히 귀찮았는데 이런 변화야말로 환경과 소비자 모두 ‘윈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잠깐. 아무리 종이라 해도 접착제가 묻어있는데 괜찮을까요? 비닐을 코팅한 게 아니니까 상관없는 걸까요? 플라스틱을 대체한 종이 포장재가 쏟아지는 요즘, ‘종이를 썼으니 친환경’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 [에코노트]가 알아봤습니다.

‘친환경’은 맞지만… ‘재활용’은 다른 문제
게티이미지뱅크

결론부터 말하면 종이상자를 배출할 때에는 종이테이프까지 모두 제거한 뒤에 버려야 합니다.

환경부에 문의하니 “‘재활용가능자원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서 상자에 붙은 테이프는 모두 분리해서 종이와 섞이지 않게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답변했거든요. 종이테이프에도 접착제 성분이 붙어 있기 때문에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입니다.

인터넷에 ‘친환경 종이테이프’를 검색하면 다수의 제품이 ‘종이로 재활용된다’ ‘종이류로 분리배출하라’고 홍보합니다. 업체들은 전분 등 천연성분을 이용해 접착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재활용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재활용이 된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인증 제도가 아직 없습니다.

화학물질을 섞어서 접착제를 만드는 회사가 많고, 소비자로서는 이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분리배출을 할 땐 비닐테이프든 종이테이프든 모두 제거해서 버려야 하죠.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 관계자는 25일 “재활용을 위해 물로 종이를 녹이는 과정에서 화학물질로 된 접착제 성분이 종이에 달라붙어 품질에 영향을 준다”며 “미세하게 (접착제가 뭉쳐진) 알갱이가 만들어져서 불량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인체와 환경에 해가 없기 때문에 ‘친환경’이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진짜 ‘재활용’이 잘 되는 지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친환경’과 ‘재활용’ 두 단어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종이로 바꾸면 재활용도 잘 될까? 깜빡하면 속는다

친환경을 내세운 쿠팡의 '종이 아이스팩', 쿠팡 홈페이지 캡처

종이테이프 문제를 알아보다 한때 논란이 된 ‘종이 아이스팩’이 떠올랐습니다. 쿠팡 등 신선식품 배송업체에서 친환경 마케팅의 하나로 사용하는 종이 아이스팩도, 겉보기에는 종이 재질이고 재활용이 잘 될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 아이스팩은 안쪽에 비닐 필름을 접착한 구조라서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환경부는 2020년 7월 이 사실을 지적하며 해당 아이스팩에 ‘종이 분리배출’ 표시를 넣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처음에는 종이류로 버려도 된다고 했던 업체들도, 이제는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종이는 포장재로 쓰기에 상당히 취약한 재질입니다. 그래서 포장재를 만들 때 플라스틱인 비닐을 얇게 코팅하거나 덧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이를 재활용하려면 물에 종이 섬유를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할 때 일반 종이보다 물에 녹는 속도가 느립니다. 일부는 아예 물을 흡수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꿨다’고 해서 당연히 재활용이 잘 될 거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종이를 썼으니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업체들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죠.

테이프, 이물질은 반드시 제거해야…종이 ‘잘 버리기’ 왜 중요할까
25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폐지 수거 업체에 쌓인 폐지들. 박상은 기자

우리는 종이 분리배출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여기지만, 사실 종이도 다른 품목만큼이나 꼼꼼하게 분류해서 버려야 합니다.

전국에서 모인 폐지는 크게 흰색 종이(A4용지나 노트), 골판지, 신문지 이렇게 세 종류로 재활용되는데요. 처음에 분리배출할 때부터 색상과 재질별로 잘 분류해서 버려야 재생 종이의 품질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테이프 등 여러 재질이 뒤섞여서 배출되기 때문에 수거 업체와 재활용 업체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해요.

*종이 분리배출 어떻게?

우유팩·멸균팩 : 내용물은 비우고 물로 헹군 뒤 펼쳐서 배출.
종이컵 :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뒤 압착해서 배출.
골판지류(상자) : 비닐 코팅 부분, 상자에 붙어있는 테이프 등을 제거한 뒤 모아서 배출.
신문지 : 반듯하게 펴서 차곡차곡 쌓은 후 묶어서 배출.
책자, 노트 : 비닐 코팅된 표지, 공책의 스프링 등을 제거해서 배출.

제가 25일에 찾아간 폐지 수거업체에는 각종 폐지가 4~5m 높이로 쌓여 언덕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이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 우유팩, 공책 스프링 등이 마구 뒤섞여 있었습니다.

폐지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이물질을 일일이 골라내려면 폐지를 늘어놓을 대형 컨베이어 벨트와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워서 커다란 비닐 등 눈에 확연히 보이는 이물질만 최대한 제거한 뒤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고 합니다.

흰색 종이로 재활용하기 위해 선별·압착한 폐지들. 우유팩이나 클리어 파일이 이물질로 끼어있다. 박상은 기자

골판지를 만들기 위해 선별·압착된 폐지들. 박상은 기자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이 6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귀띔했는데요. 특히 종이를 비닐로 코팅한 포장재가 많아서, 소비자가 세세하게 ‘종이류로 버려도 되는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습니다.

다만 ▲양면이 반질반질하게 비닐 코팅된 종이 ▲색도화지처럼 양면을 색으로 물들인 종이는 일반 쓰레기로 구분해서 버려달라고 조언했죠.

고급 펄프로 만들어지는 우유팩·멸균팩·종이컵은 일반 폐지와 섞어 버리면 재활용 공정에서 쓰레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꼭 분리배출해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우유팩과 멸균팩은 왜 구분해야 할까? ▶ 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534920)

어쩌면 우리는 종이를 친환경 대안이라고 말하면서, 진짜 종이의 현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종이도 나무를 베어 만드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 플라스틱만큼이나 ‘선순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되새겨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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