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10개 샀다” 20년 전 추억 소환한 어른이들

국민일보

“포켓몬빵 10개 샀다” 20년 전 추억 소환한 어른이들

인터넷에서 포켓몬빵 인증샷 릴레이
스티커 뺀 빵 무료나눔, 교환글 올라오기도

입력 2022-03-02 11:21 수정 2022-03-02 13:00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포켓몬빵 관련 거래글들. 스티커를 뺀 포켓몬빵을 무료로 나눔한다거나 원하는 포켓몬 스티커를 교환 및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당근마켓 캡처

직장인 박모(35)씨는 최근 편의점을 돌면서 ‘포켓몬빵’을 사는 취미가 생겼다. 빵에 들어 있는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 ‘띠부띠부 실’을 모으기 위해서다. 빵을 그때그때 다 먹지 못해서 소분해 냉동하기도 한다. 박씨는 “옛날엔 부모님 용돈을 받아서 빵을 샀던 추억이 떠올랐다. 함께 포켓몬 스티커를 모았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SPC삼립 제공

1999년 출시됐었던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 24일부터 편의점 등에서 ‘포켓몬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이크’ 등 7종류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가격은 1500원이다. 23년 전 가격은 500원이었다. 편의점 등 판매처에서는 제품이 입고되는 즉시 품절되는 일도 빈번하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가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아빠 박영규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고 있는 장면. SBS 유튜브 캡처.

포켓몬 애니메이션은 1999년 7월 지상파를 통해 방영됐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출시된 후 한글화되지 않았던 포켓몬 게임도 인터넷 등을 통해 퍼져 많은 게이머들이 PC를 통해 게임을 접했다. 포켓몬빵은 이 같은 시점에 출시돼 사회적 현상으로 번졌다. SBS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는 극중 미달이(김성은 분)가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용돈을 구하러 다니는 내용이 방영돼 웃음을 줬다.

초등학생들이 포켓몬빵을 산 후 빵을 버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1999년 뉴스 보도. KBS 캡처

빵이 출시된 후 1999년 한 방송 뉴스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포켓몬빵을 산 후 스티커만 챙기고 빵은 그대로 버려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뉴스에서는 쓰레기통에 빵이 쌓여 있는 모습과 함께 한 초등학생이 “애들이 막 스티커를 붙이면서 놀고, 저도 스티커를 모으려고 빵은 버렸다”고 인터뷰를 해 화제가 됐다.

23년이 지난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는 과거 초등학교, 중학교 때 포켓몬 스티커를 모았던 ‘어른이’(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들의 인증샷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포켓몬 스티커의 종류는 과거 151개에서 159개로 늘어났다.

누리꾼이 공유한 포켓몬빵 스티커 '띠부띠부씰' 인증샷.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들은 빵을 뜯었는데 원하던 스티커를 얻지 못해 실망하거나, 희귀 스티커를 얻고 기뻐하는 모습을 공유했다. 시간만 흘렀을 뿐 20여년 전과 비슷한 모습들이다. 누리꾼들은 “포켓몬빵 10개를 뜯었는데 ‘깨비드릴조’만 나왔다” “편의점 8곳을 들렀는데 빵을 못 구했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자녀가 있는 30대들은 아이들과 함께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고 있다고 공유했다.

방탄소년단 RM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도 지난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포켓몬 스티커 인증 후기를 남겼다.

빵을 어떻게 처분하면 좋을지 고민도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빵은 부모님에게 드리거나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줬다는 등의 방법을 공유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는 스티커를 뺀 포켓몬빵을 지퍼백에 넣어놨다면서 ‘무료로 나눔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원하는 스티커를 얻기 위해 스티커를 교환한다는 거래글도 다수 올라왔다.

한 편의점이 빵을 꼬집거나 뒤집지 말아달라며 올린 안내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 편의점은 빵을 사지 않고 포켓몬 스티커를 확인하기 위해 빵을 꼬집거나 뒤집지 말아 달라며 안내문을 붙여놓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포켓몬빵 열풍이 ‘키덜트(kid+adult)’ 문화의 일환이라고 본다. 어렸을 적 추억과 감성을 갖고 있는 어른들이 소비력을 옛날 제품 구입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포켓몬빵 외에도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오리온의 ‘와클’이 지난해 초 재출시됐고 ‘태양의 맛 썬칩’이 2018년 재출시 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빵의 열풍에 힘입어 SPC삼립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8만100원에 마감됐던 SPC삼립은 빵 재출시 후 연일 주가가 올라 전날 8만9600원으로 마감했다. 2일 오전 기준으로 6%대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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