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국민일보

왕의 귀환

입력 2022-04-03 01:45 수정 2022-04-03 09:44

“SKT 왕조가 끝났습니다. 새 왕에게 경배하십시오!(SKT dynaty is over. all hail the new king!)”

2017년 가을 중국 베이징에서 SK텔레콤 T1의 0대 3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글로벌 해설자는 그렇게 말했다. SKT 왕조의 끝이란 ‘페이커’ 이상혁 시대의 끝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새로운 왕 다섯 명 중 세 명이 현역에서 물러난 2022년에도 이상혁은 여전히 국내 정상에 서 있다.

한 시대의 끝이 선포된 지 약 4년반이 지났고, 이상혁은 통산 10번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을 일궈냈다. 이상혁의 소속팀 T1은 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대회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꺾었다. 정규 리그를 18승 0패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까지 제패, 전승 우승이란 전인미답의 길을 밟았다.

LoL 파크 한편에 고해소(告解所)가 지어진다면 그곳은 불사대마왕의 부활을 의심했던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한때는 이상혁이 정상으로부터 멀어졌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기자와 참새들이 의아해했던 돌발행동은 결국 봉황의 유관행동이었다.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뒤엎고 그는 다시 정상에 섰다.

본인은 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이상혁은 올 시즌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번 인상 깊은 말을 했다. “이기는 방법은 항상 보인다.” “계획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관건이지, 그 계획 자체가 틀린 적은 없었다.” “예전에 했던 앞 점멸 플레이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또 그런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 그 말이 전부 사실이었음을 이날 결과로 증명했다.

괴물 신인 ‘고전파’는 어느덧 리그 최고참이 됐다. 그리고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과 함께 2013년 서울 잠실 올림픽 보조경기장에서 처음 차지했던 왕좌를 2022년 일산 킨텍스에서 되찾았다. 2017년의 말은 정정돼야 한다. 왕조는 끝나지 않았다. 왕조의 설립자 중 한 명이 말했던 것처럼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었다. 이상혁은 오늘 다시 이곳, LCK의 왕이 됐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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