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존귀하다” 가르쳐준 박정식 목사님 고맙습니다!

국민일보

“모두 존귀하다” 가르쳐준 박정식 목사님 고맙습니다!

인천 은혜의교회 목사 12일 별세…제자훈련으로 성장한 성도들 목소리

입력 2022-04-29 10:10 수정 2022-05-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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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교회 성도들이 지난 24일 인천 미추홀구 교회 예배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은혜의교회 제공

“존귀한 당신을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인천 은혜의교회(박요한 목사) 성도들은 지난 24일 주일 예배 전 박요한 목사의 안내에 따라 서로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높고 귀하다는 의미를 담은 ‘존귀’라는 말은 평소에 우리가 자주 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 교회 성도들에게는 친숙해 보였다. 지난달 중순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 12일 별세한 은혜의교회 설립자 박정식 목사가 성도들에게 자주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은혜의교회는 성도를 제자로 훈련해 동역자로 세우는 교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등록 교인이 7000명 넘지만 부목사는 단 1명도 없다. 이날 예배 후 인천 미추홀구 은혜의교회 2층 새가족실에서 성도들로부터 박정식 목사와 함께 사역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나눴다. 박 목사는 1986년 인천 판자촌에 천막교회를 세웠다. 첫 예배 때 방석 50개를 깔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다 거둬야 했다.

정식(오른쪽) 인천 은혜의교회 목사가 2008년 제자훈련 지도를 해준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와 나란히 앉아 있다. 은혜의교회 제공

고 옥한흠 목사가 쓴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자극받아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CAL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박 목사는 생전 “당시 성도가 30여명쯤 됐는데 제자훈련 한다고 하니까 16명 정도가 참여했다. 훈련이 끝날 때는 딱 한 명만 남았다. 그 한 명은 아내였다”고 고백했다. 박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예수님은 끊임없이 가르쳤기 때문이다.

91년 은혜의교회에 처음 등록한 김은아(55) 권사는 “하나님을 더 알고 싶었다”며 제자를 강조하는 박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제자훈련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김 권사는 “그때만 해도 제자훈련이란 말이 낯설어서 주변에서 이단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는 그때 갓난아기를 키우면서 교회에 살다시피 했다. 제자훈련을 마친 뒤 복음을 설명하는 데 자신감을 조금씩 갖게 됐다.

은혜의교회 김준권 조정희 김은아 구진숙 이동명 성도가 지난 24일 인천 미추홀구 은혜의교회에서 존귀하다는 의미로 담은 손 모양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이즈음 은혜의교회는 김 권사와 같은 이들이 많았다. 97년 무렵 성도는 300여명이 됐다. 이후 거의 매년 500명 넘는 새신자가 왔다. 김 권사는 “성도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신구약 성경을 2년 동안 공부하는 베델성경대학 프로그램과 제자훈련을 마친 성도는 지금까지 2450명이 넘는다.

박 목사는 성도들이 각자 달란트에 맡는 사역을 맡도록 이끌었다. 조정희 권사는 “제가 말은 잘 못 하고 글쓰기는 좋아한다. 나한테 목사님이 설교 요약이나 교회 소식 등을 정리해 보라고 했다”고 했다. 은혜의교회에서 조 권사가 활동하는 ‘기자부’가 생긴 계기다. 박 목사는 성도들을 가르치고 교제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박 목사는 많을 땐 연간 10여 차례 주부 청년 순장들을 직접 데리고 2주 일정으로 해외 성서지리 연구를 떠났다.

가깝게 지냈던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와 박정식 은혜의교회 목사(오른쪽). 은혜의교회 제공

은혜의교회 80여개 팀을 이끄는 스텝 리더(Step Leader)는 모두 일반 성도다. 리더들이 교회 일로 직장에 월차나 반차를 내는 일은 흔하다. 구진숙(47) 집사는 “목사님은 순장이 100% 헌신해야 순원들이 20~30% 헌신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스스로에게 한 얘기 같다. 박 목사님이 200~300% 헌신했다”고 했다.

박 목사의 딸인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박샤론(37)씨는 2016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부목사 없이 주일예배 6번, 제자훈련, 새벽기도, 수요예배 모두 혼자 한다. 혼자 감당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아빠 그렇게 하다가 죽어’라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 아빠는 ‘이렇게 안 하면 죽어’라고 그러시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힘으로 사역을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최근 위임목사가 된 박정식 목사의 아들 박요한 목사. 은혜의교회 제공

은혜의교회 성도들은 아직 목자를 잃은 슬픔 속에 있다. 김 권사는 박 목사가 갑자기 별세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라고 한참 울면서 기도했는데 제 마음속에서 박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다 가르쳐줬잖아’…”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미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배운 대로 제자로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참된 제자의 모습을 배웠기에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구 집사는 “목사님이 나눠주신 사랑을 기억하면서 그 사랑을 드러내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레이스기독학교 교사이기도 한 김중권(44) 집사는 “우리에게 두려움도 있지만 각자 가진 사명에 충실하게 살 것”이라고 했다. 청년부에서 봉사하는 이동명(37) 집사는 “목사님의 뜻을 이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박 목사의 장례예배를 인도했던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은혜의교회는 사랑의교회의 형제교제다. 형제교회의 훌륭한 동역자를 너무 갑자기 잃게 돼 참 슬프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부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찰스 피니는 참된 부흥은 하나님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성도가 두 명, 세 명만 모여도 그들 속이 하나님으로 충만하면 그 교회는 부흥한 교회다. 만 명이 모여도 그들 속에 하나님으로 충만한 사람이 적다면 부흥하지 않은 교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소속인 은혜의교회는 최근 공동의회를 열고 박요한 목사를 위임목사로 세웠다. 박 목사는 박정식 목사의 아들이다. 박주성 국제제자훈련원 대표는 28일 “앞으로 평신도 지도자 중심으로 운영돼 온 은혜의교회 사역 구조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은혜의교회가 교역자 수에 상관없이 깨어난 성도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견고하게 세워가는 능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증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요한 은혜의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오정현 목사와 이 교회 성도들과 함께 축복송을 부르고 있다. 박 목사는 장례 위로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 사랑의교회 제공

인천=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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