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선 넘었는데…” 우크라서 입국한 고양이, 반송 위기

국민일보

“함께 사선 넘었는데…” 우크라서 입국한 고양이, 반송 위기

입력 2022-05-12 00:05 수정 2022-05-12 00:05
장씨의 고양이 '윤기'. 장씨가 운영하고 있는 '모지리in우크라이나' 유튜브 캡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한국 교민인 주인과 함께 탈출한 고양이가 검역증이 없다는 이유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여행을 떠났다 정착했던 한국 교민 유튜버 장모씨는 지난 5일 4개월 된 고양이 ‘윤기’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인 1월 고양이를 입양했다. 고양이에겐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본명인 ‘윤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양이와 방공호 생활까지 하며 버텼지만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는 결국 윤기를 데리고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장씨는 한국계 미국인 구호활동가 송솔나무씨의 도움으로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인근 헝가리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장씨는 고양이의 검역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헝가리 입국에는 문제가 없었다. 헝가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온 사람에겐 동물의 검역증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긴 건 다름 아닌 한국에 도착해서다. 입국 당일 장씨는 인천공항 영종도 계류장에 고양이를 혼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장씨에게 출발국에서 발급한 고양이의 검역증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국내에 들어온 반려동물은 장씨의 고양이가 처음이다.

동식물이 국경을 넘을 때는 출발한 국가에서 발급한 검역증이 필요하다. 예방접종 여부와 기생충과 질환 유무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장씨는 고양이를 한국에 데려가는 데 필요한 서류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전시 상황에 서류를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장씨는 “전쟁 중이라 우크라이나에선 검역증 발급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고양이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수입 동물은 검역 증명서를 갖추지 않은 경우 반송하거나 폐기된다.

한국 정부는 유럽의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동포나 가족으로서 국내 입국한 적이 있는 사람의 경우, 동포 입증서류 없이 과거와 같은 자격으로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 한국에 오래 머물렀던 우크라이나인의 가족에게도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했다. 다만 함께 데리고 들어오는 동물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동물들은 인천공항 계류장에 최장 2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입국 허락을 받지 못할 경우 해당 동물의 반송 및 관리 비용은 모두 소유자가 납부하도록 돼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국가 간 검역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규정을 변경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고양이 ‘윤기’가) 입국절차를 밟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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