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통령상 받은 ‘싸말 유정 리’, “유대인 속에 사는 한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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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통령상 받은 ‘싸말 유정 리’, “유대인 속에 사는 한국인입니다”

입력 2022-05-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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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씨가 1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테아트론에서 아버지 이강근 유대학연구소 소장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싸말(상병) 유정리”.

지난 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통령궁에서 사회자가 이스라엘 육군 이유정(20) 상병을 호명했다. 황토색 군복은 입은 이 상병은 단상에 올라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상은 해마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을 맞아 육해공군을 비롯한 전군에서 선발된 최우수 군인 120명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 건국 74주년 독립기념식 중 진행된 시상식에는 대통령과 수상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을 비롯해 전직 수상들도 여러 명 참석했다.

이 상병을 15일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만났다. 외박 나온 그는 캠퍼스에 있는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은 엣된 모습이었지만 오는 9월 만기 제대를 앞둔 현역 군인이다. 이스라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자와 여자 성인 모두 각각 32개월, 24개월 동안 의무 복무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이 상병도 고등학교 졸업 후 입대해 베들레헴 남동쪽 도시 헤로디온에서 국경 지역 모니터링 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히브리대 정치학 박사인 이강근(유대학연구소장) 목사와 이영란 사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 상병의 오빠 헌제씨도 현재 이스라엘 공군에 복무 중이다.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15일 만난 이 상병은 “몇 달 전 상관으로부터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전해 들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면서 “이 상은 군 복무 중 큰 공을 세웠거나 주변에 모범이 되는 군인에게 주는 상인데 한국인으로 이스라엘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중 국적자인 이 상병은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인으로 소개했지만 유대인과 어울려 사는 데 조금의 이질감도 없는 유대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늘 ‘예루살렘 사람이지만 부모님은 한국에서 오셨다’고 소개한다”며 “내가 어디에 살아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분명하지만 이스라엘에서 나고 자라며 유대인 속에 사는 이스라엘 속 한국인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대인 친구들과 있을 때는 완전 이스라엘 사람”이라며 웃었다.

18살에 군인이 된 그는 군 생활의 장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어린 나이지만 국가를 지키는 중책을 맡아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책임감이 생겼다”면서 “부끄러움을 많이 탔고 낯선 사람에게 전화하는 것도 어려워 했는데 이제는 그런 소극적 성격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의 군인으로서 평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상병은 “군인이 되고 보니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깨닫게 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의 역사에 대해 군인 신분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알게 됐다. 저절로 얻는 평화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대한 뒤에는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보통 군 복무를 마치면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데 저도 그럴 예정”이라면서 “여행을 마친 뒤 대학 진학을 준비하려 한다. 아직 전공을 정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가 걸을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함께 있던 이 목사는 “목사의 딸로 태어났지만, 유대교 문화 속에서 살면서도 그들과 신앙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남매가 모두 자랑스럽다”면서 “자기 삶의 자리에서 주변 모두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이스라엘)=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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