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도 이젠 다 말랐나…심상찮은 두산 하락세

국민일보

화수분도 이젠 다 말랐나…심상찮은 두산 하락세

장타 실종·병살 양산·마운드 피로 총체적 난국 극복해야

입력 2022-05-26 15:28 수정 2022-05-26 15:43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두산 베어스가 추락하고 있다. ‘화수분’과 ‘잇몸 야구’로 상징되는 팀 컬러에도 헐거워 진 선수층을 극복하지 못하고 심상찮은 위기에 직면했다.

두산 선수단.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은 매년 핵심 선수들을 FA로 내보내면서도 우승 경쟁을 펼쳐 왔다. 올해도 골든글러브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와 중심타자 양석환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했다. 리드오프 자리에 안권수, 필승조에 안착한 신예 정철원 등이 ‘갑톡튀(갑자기 톡 튀어나온)’해 팀 주역으로 자리 잡으며 역시 화수분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확고한 선수단 장악 하에 이길 경기를 확실히 잡는 김태형 감독의 전략과 용병술도 여전했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 승리가 고작 한 번 뿐이다. 그간 벌어 놓은 승차를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불과 열흘 남짓 동안 2위에서 7위로 곤두박질쳤고 5할 승률마저 무너졌다.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SG의 경기. 11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조수행이 친 안타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으나 더블아웃으로 무산되자 조수행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하락세의 기점은 18일 선두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였다. 연장 11회 말 조수행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지만 누상에 있던 주자들이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지 않는 본헤드 플레이로 좌전 안타가 병살타로 바뀌며 이닝이 끝났다. 12회 초에도 상대 안타를 끝내기로 착각한 조수행이 안일한 수비를 펼쳐 3점을 헌납했고 결국 경기를 내줬다.

이후 뭔가 홀린 듯 경기력과 게임 플랜이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22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도 9회까지 4-2로 앞섰지만 그날 2군에서 돌아온 마무리 김강률이 롯데 신예 고승민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반등의 연승 기회를 날려 먹었다.

이번 주 한화 이글스와 주중 3연전은 두산 입장에선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라 할 만했다. 그간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 온 한화지만 어쨌든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시즌 상대 전적도 2승 무패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첫 두 경기를 연속으로 내줬다. 특히 25일 경기에서는 선발부터 불펜, 수비, 타격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총체적 난국 속에 14대 1로 대패했다. 두산이 10점 차 이상으로 크게 패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근 1년 만이다. 짜임새 있는 야구로 ‘잘 지는 법’을 알고 있던 강팀 두산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는 졸전이었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2사 1,2루 롯데 고승민이 역전 쓰리런 홈런을 쳐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두산 투수는 김강률. 연합뉴스

두산은 시즌 초반 에이스 미란다의 장기이탈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체 선발들이 고군분투하며 기대 이상으로 승수를 쌓아왔으나 이제는 힘에 부쳐 보인다. 투수진을 도와줘야 할 타격은 더 심각한 상황인 것이 스코어는 물론 각종 지표로 확연히 드러난다.

팀타율은 0.242로 8위, 팀 OPS는 0.637로 최하위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을 넘긴 선수가 주전 라인업에 없다. 장타력 실종은 더 큰 문제다. 1위 KIA 타이거즈(0.399)와는 8푼 가까이, 9위 KT 위즈(0.341)와도 2푼 이상 차이 나는 장타율(0.320)에서 볼 수 있듯 큰 거 한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전혀 없다. 홈런 1위 박병호가 16개를 쳤는데 두산 팀 전체 홈런이 15개에 불과하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말 1사 1루 두산 김재환 병살타 때 롯데 이학주가 페르난데스를 몰아넣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의 흐름을 끊어먹는 병살 양산도 고민거리다. 특히 이번 시즌 장타력 실종으로 땅볼 타구를 남발하는 외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역대급 병살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44경기에서 혼자 병살 16개를 쳐 리그 내 압도적 병살 1위다. 2위 황대인이 8개, 병살이 가장 적은 키움 히어로즈의 팀 병살 개수가 21개에 불과한 점을 보면 그야말로 세계 신기록 페이스다. 이대로 100경기를 더 치른다면 페르난데스 본인이 2020년 세운 KBO 단일 시즌 최다 병살 기록 26개를 넘어 메이저리그(MLB) 기록인 36개(1984년 짐 라이스)도 거뜬히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일단 5월을 버텨내야 한다. 마운드 핵심 전력 미란다와 박치국의 1군 복귀 등 6월 반등을 기대케 하는 요소는 분명 있다. 다만 김인태 부상 복귀 이외에 뚜렷한 보강 요소가 보이지 않는 타선에서는 4번 김재환과 돌아온 양석환의 클린업이 장타 생산으로 무게감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최근 보여준 심란한 경기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당장 중위권 복귀보다 8위 KT와의 순위 맞바꿈을 걱정해야 할지 모르는 위기의 두산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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