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10억엔 합의, 발표 전날 윤미향에 알려”…외교부 문건 공개

국민일보

“위안부 10억엔 합의, 발표 전날 윤미향에 알려”…외교부 문건 공개

외교부, 정보공개 소송 상고포기…문건 공개돼
위안부 합의 전 외교부 국장이 윤미향 4차례 만나
윤 측 “최종 합의 내용 구체적으로 몰랐다” 입장

입력 2022-05-26 16:47 수정 2022-05-26 18:29
윤미향 무소속 의원. 국민일보DB

외교부가 지난 2015년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그 내용을 당시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게 여러 차례 알린 사실을 기록한 문건이 공개됐다.

해당 문건에는 윤 의원이 외교부에 ‘정대협이 수용 가능한 위안부 문제 해결 수준’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교부가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 사실을 발표 전날 알렸다는 사실도 적혀 있다.

윤 의원 측은 문건이 공개된 후 “최종 합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최종적·불가역적 합의 등 내용은 발표 후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발표 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의 의사도 전혀 물어보지 않고 한국정부가 다급하게 담합했다”고 말했었다.

26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공개한 외교부 문건. 연합뉴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 ‘동북아국장-정대협 대표 면담 결과(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문건 4건을 공개했다.

한변은 앞서 외교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 ‘5건 중 4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었다. 지난 11일 서울고법의 일부 공개 판결 이후 외교부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문건이 공개됐다.

윤 의원 측이 박근혜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는 지난 2020년 5월 진실 공방이 벌어졌었다. 당시 정의연 측은 발표 전날 외교부로부터 합의 내용 일부를 기밀 유지 전제로 전달받았으나 협의가 아닌 일방 통보였고, 10억엔 출연은 발표 당일까지도 언론 보도 이상 내용은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15년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합의를 놓고 정부 관계자와 정대협의 사전 상의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었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이모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2015년 3월 9일 정의연 측 요청으로 윤 의원을 만나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의 동향과 위안부 피해자 중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보상 문제, 피해자 의견 수렴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적혀 있다.

또 다른 문건들에는 같은 해 3월 25일, 10월 27일, 12월 27일에도 이 국장이 윤 의원을 만나 협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26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공개한 외교부 문건. 연합뉴스

주요 대화 내용은 가려져 있었지만 대화 요약 항목들의 제목은 일부 공개됐다. 이 국장은 윤 의원을 만나 ‘현재 위안부 협상 진행 상황’과 ‘최근 일본 측 분위기’ 등을 언급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정대협이 수용 가능한 위안부 문제 해결 수준’과 ‘정대협 추진 예정 사업’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적혀있다.

한 문건에는 이 국장이 윤 의원에게 일본 정부와의 합의 내용을 알리고 피해자 지원단체들과 합의 내용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한 기록도 담겨있다.

이 문건에는 “이 국장이 발표 시까지 각별한 대외보안을 전제로 금번 합의 내용에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 직접 사죄·반성 표명, 10억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 출연(재단 설립) 등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힌 데 대해”라고 적혀있다.

또 “이 국장이 지방 소재 피해자 지원단체(나눔의 집, 마·창·진 시민모임, 통영·거제 시민모임, 대구 시민모임) 측과 사전에 어느 수준까지 합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 문의한 데 대해”라는 내용도 담겼다.

한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미향씨는 박근혜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이나 피해자 지원 단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본과 합의했다며 비난했다. 왜 그런 허위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 내용을 진솔하게 피해 할머니들께 얘기하고 공유했다면 피해자들이 그렇게 반발했을지, 박근혜정부가 합의를 잘못했다고 그렇게 매도됐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변은 외교부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외교부는 지난 25일 법무부에 상고 포기 의견서를 전달했고 지난 26일 대상 문서를 한변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정보 공개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그간의 논쟁이 종식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특히 12월 27일 실시된 면담에서 각별한 대외보안을 당부하며 일본정부 책임 통감, 아베 총리 직접 사죄‧반성 표명, 10억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 출연 등 한일 위안부 합의 주요 내용을 사전에 구두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개된 문건에서 이를 전달 받은 윤 의원의 반응 등은 가림 처리돼 있는 상태였다.

문건에 따르면 외교부는 12월 27일 윤 의원에게 10억엔 수준의 예산 출연을 구두 설명했다. 이는 발표 당일까지도 언론 보도 내용 이상을 알지 못했다는 정의연의 기존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외교부와 윤 의원의 사전 협의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보상 금액과 관련해 피해자 측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 구체적인 사안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부가 최종적·불가역적 합의, 소녀상 문제 해결 등의 내용까지 윤 의원 측에 알렸는지도 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다. 정대협은 발표 내용 중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라는 부분에 대해 ‘상의가 없었다’며 강력 반발했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020년 5월 “2015년 한일협정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윤미향) 대표만 알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이로 인해 윤 의원이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정의연 측은 당시 “위안부 합의 발표 전날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 10억엔 출연 규모는 다음날인 발표 당일까지도 언론 보도 내용 이상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통보는 있었지만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진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윤 의원실 측은 이날 문건 공개 후 연합뉴스에 “윤 의원은 외교부와 여러 차례 만나 일본과의 협상에 노력하라고 계속 말했고, 그럴 때마다 외교당국의 입장은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진전이 없다.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것뿐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의원 측은 “합의 전날 들은 이야기를 할머니들과 공유했는데 발표 당일 거론된 ‘소녀상 철거 협조’나 ‘최종적·불가역적 합의’ 등의 내용은 처음 들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발표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2015년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다.

하지만 당시 보고서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