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요리사 “朴 스타킹구멍 안타까워…기억남는 분은 盧”

국민일보

靑요리사 “朴 스타킹구멍 안타까워…기억남는 분은 盧”

입력 2022-05-27 04:43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뉴스1 유튜브 캡처

청와대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요리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으며 “그런 대통령은 없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요리사 천상현씨는 26일 공개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청와대 안에서도 권력이라는 것을 많이 내려놓고 대하셨다. 주방까지 들어오시기도 하셨다. 대통령이 주방까지 들어오시기 쉽지 않다. 그런 대통령은 없으셨다”라며 울먹였다. 인터뷰는 최근 전면 개방된 청와대를 찾은 자리에서 진행됐다.

천씨는 김대중정부 초기인 1998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다음 해인 2018년까지, 20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청와대 최초 중식 요리사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총 5명의 식사를 담당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역대 요리사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천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고, 목이 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천씨는 “노 전 대통령은 주말에 저희(요리사)보고 ‘늦게 나오라’고 하셨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희들 늦게 나와라. 우리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라고 하시고 라면을 직접 끓여 드시곤 했다”고 돌이켰다.

현재는 은퇴 후 짬뽕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천씨는 ‘일반 손님들과 대통령 중 누구의 입맛이 더 까다로운가’라는 질문에 “단연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오늘 된장찌개 너무 맛있다고 칭찬했으면, 다음에 된장찌개 끓일 때 부담 간다. 그 맛을 똑같이 끓이기가 쉽지 않다. 한 분의 입맛을 맞추는 게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입맛 맞추기 편했던 대통령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을 꼽았다. 천씨는 “(대통령들은) 대체로 다 무난하시다. 항상 보면 대통령님들은 안 그러시는데 안주인 분들이 조금 까다로우시다”라며 웃어 보였다.

20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한 요리사 천상현씨. 뉴스1 유튜브 캡처

퇴임하고 천씨에게 연락한 영부인도 있었다. 천씨는 “대통령님들은 없는데, 영부인 두 분은 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님은 노 전 대통령 돌아가시고 10주기 때 ‘청와대 사람들 보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 주방 사람들, 청소하시는 분들, 조경하시는 분들 봉하로 초대해 손수 밥을 해주셨다. 3년 전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님은 저희 가게에 한 번 오셨다. 또 새롭더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마지막 순간도 떠올렸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째인 2017년 3월12일 저녁 청와대를 떠났다.

천씨는 “박 전 대통령님 나가실 때, 저희를 부르시더라. 저녁 6시에 나가시는데 주방 사람들이 다 고개 숙이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여러분들, 진실은 밝혀질 것이며, 4년 동안 음식 너무 고맙게 먹었다. 감사하다’고 하셨다. 제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엄지 발가락 스타킹에 구멍이 나 있더라.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지금도 그게 뇌리에 박혀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희는 정치적인 건 모른다. 탄핵을 맞으셨든, 안 맞으셨든. 그래도 다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들 아니냐. 저희한테는 진짜 소중하시고 제가 음식을 해줬던 주군인 거다”라며 “모셨던 대통령 중 두 분은 돌아가셨는데,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요리사의 연봉에 대해선 “1억원 가까이 된다”라고 밝혔다. 천씨는 “퇴사했을 때 그 정도 됐다”며 “다만 순수 연봉이 1억원은 아니고, 따로 챙겨주는 부분들이 있었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연봉이 2700~2800밖에 안 됐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1998년도에 그 정도였는데, 그 당시로 따지면 그것도…(많다). 관사도 줬으니까”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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