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위험해!” 고속도로 한복판서 유기견 구조했어요 [개st하우스]

국민일보

“얘들아 위험해!” 고속도로 한복판서 유기견 구조했어요 [개st하우스]

입력 2022-06-11 07:03 수정 2022-06-11 07:03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제보자 은애씨는 지난 2월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로드킬 위기의 유기견들을 발견했다. 제보자는 "구조를 기다리기에는 당장 유기견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제공

“고속도로 진입하려고 요금소로 향하는데,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 강아지 두 마리가 나타난 거에요. 급히 속도를 늦추고 경적을 울렸는데도 강아지들이 차 앞을 기웃거리더라고요. 그냥 두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았어요. 급한대로 갓길에 정차한 뒤 중앙 분리대에서 강아지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때마침 경찰이 도착했어요.”
-서울 마포구 제보자 조은애(42)씨-

은애씨는 10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해 입양 보낸 이력이 있는 3년 차 개인 봉사자입니다. 직장생활 틈틈이 유기견 구조, 치료에 들이는 비용만 매년 500만원 가량을 썼을 정도로 애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은애씨도 4개월 전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로드킬 위기에 놓인 유기견 두 마리를 발견했을 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담당 직원이 오길 기다리다가는 당장 로드킬이 벌어질 것 같고, 스스로 구조에 나서자니 본인 또한 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담당 직원이 오기 전까지 유기견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은애씨는 침착하게 강아지들을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로 이동시킨 뒤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고속도로 진입로로 뛰어든 두 마리 유기견

지난 2월 13일, 은애씨는 친구와 함께 주말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동곤지암 고속도로 요금소에 접근하던 그때, 약 20m 앞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었습니다. 오랜 떠돌이 생활을 한 듯, 하얀 털이 길게 자란 두 마리의 소형견이었죠.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유기견 발견 당시 상황. 유기견들은 중앙 분리대에 가로막혀 달아날 수 없는 처지였다. 제보자 제공

개들은 힘껏 달려 고속도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장벽처럼 늘어선 중앙분리대 때문에 도로에 갇혀 있었습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은애씨는 경적을 울리며 서행했지만, 달아날 곳이 없던 유기견들은 오히려 다가오는 차량 아래로 숨어들려 했습니다. 시속 50㎞ 미만 감속구간이지만 다른 차들이 몰려온다면 두 떠돌이개는 로드킬을 당할 위험성이 컸습니다.

결국 은애씨는 직접 안전조치에 나서기로 합니다. 동승자에게는 차량의 갓길 정차와 경찰 신고를 부탁한 뒤, 본인은 6차선 도로로 나서 개들을 안전지대로 유인하기로 했습니다. 두 마리의 개를 혼자서 포획할 수 없으니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로 한 것이죠.

제보자는 고속도로 중앙의 여유 공간으로 유기견들을 유도한 채 구조대의 도움을 기다렸다. 이후 유기견들은 3분 뒤 출동한 경찰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됐다. 제보자 제공

다행히 개들은 은애씨를 잘 따랐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이내 은애씨를 졸졸 따라와 좁은 요금소 진입로를 벗어났어요. 한숨 돌린 은애씨는 넓은 대피공간이 있는 중앙분리대 쪽으로 나왔고, 강아지들도 은애씨 곁에 앉더니 쓰다듬어도 될 만큼 경계심을 풀었다고 합니다. 은애씨는 두 마리를 어루만지며 구조를 기다렸고, 출동한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강아지들과 함께 무사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구조에 성공했으나, 고속도로에 주정차한 채 동물을 구조하는 행위는 위험합니다. 도로교통법 제64조에 따르면 고속도로 주정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차량의 고장 혹은 공무원의 공무수행 등 일부 규정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박무혁 교수는 “도로교통법상 갓길 주정차는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안타깝게도 동물구조는 주정차를 허용하는 예외적인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적음을 울리거나 서행해서 동물을 피한 뒤, 안전한 장소에서 소방서 내지 한국도로공사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합니다.

천사같은 임시보호자를 만난 두 유기견

동물병원 진료 결과 두 마리 모두 1살 추정의 암컷이었습니다. 인식칩 삽입 및 중성화시술 등 기초 시술을 받지 않았고, 정황상 고속도로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은애씨는 자매같이 붙어 다니는 두 마리에게 각각 ‘릴리’ ‘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릴리와 리아는 주말에 구조된 탓에 평일에만 운영하는 공공 동물보호소에 입소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은애씨가 섭외한 애견훈련소, 동물병원에서 위탁보호를 받았죠. 견주 연락에 대비해 사진 및 사연을 유기견 공고 웹페이지에 게시했으나 2주가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아 두 마리는 사실상 유기견임이 확인됐습니다.

두 견공은 지난 3월부터 유기견 구조단체 꽃길동행의 주선으로 경기도 일산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현정씨의 임시보호(임보)를 받고 있습니다.

구조 이후 릴리(큰 개)와 리아(작은 개)는 경기도 고양의 아파트에서 임시보호를 받게 됐다. 릴리는 임보 1개월여만에 입양에 성공했고, 남은 리아는 가족을 기다린다. 제보자 제공

소심한 개들은 초기 적응과정에서 가구를 물어뜯거나 잔짖음을 보이는 등 불안증상을 보이곤 합니다. 주인공 리아도 첫 열흘동안 거실 가죽 쇼파를 심하게 물어 뜯었습니다. 하지만 임보자는 두 유기견의 이런 행동까지도 너그럽게 받아들였죠.

"이 쇼파는 리아 거예요" 임시보호자 김현정씨가 리아를 안은 모습. 현정씨는 "리아가 가구를 물어뜯었지만, 적응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받아들였다. 최민석 기자

은애씨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임보자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약을 복용하며 임보를 계속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두 마리 가운데 릴리는 지난 4월 입양에 성공하고, 남은 리아는 가족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로드킬 위기서 구조된 리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17일 경기도 일산의 리아 임보처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리아의 입양 적합도를 평가할 11년차 행동전문가 권미애쌤도 함께했습니다.

낯선 취재진의 방문에 놀란 듯 리아는 쇼파 밑에 숨었습니다. 하지만 미애쌤이 노련하게 1m 이상 떨어진 채 간식을 던져주자 리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파에서 빠져나와 보호자의 곁에 앉았습니다. 미애쌤은 “리아는 소심하지만 임보 기간동안 보호자와 좋은 유대감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긴장감이 풀린 리아는 행동전문가의 물컵에 담긴 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난도 잠시, 손으로 만지려고 하면 움츠러들더군요. 미애쌤은 소심한 리아를 위해 ‘터치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보호자가 손바닥을 내민 뒤, 리아가 먼저 다가와 얼굴을 올려놓을 때만 쓰다듬는다는 약속을 만들어준 것이죠. 미애쌤은 “터치 교육은 이후 리아가 동물병원 진료, 위생미용 등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길을 무서워하는 견공은 스스로 다가오도록 기다려줘야 합니다" 임시보호자가 행동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터치교육'을 시도하는 모습. 최민석 기자

고속도로 로드킬 위기에서 구조된 리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로드킬 위기에서 구조된 솜뭉치, 리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1살 추정, 체중 5.3kg
=중성화 암컷, 배변패드 사용에 능숙함
=첫만남에는 소심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름
=예방접종 완료, 다른 개와의 사회성도 우수함

*리아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91번째 견공입니다. (7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 문의는 아래 링크를 작성해주세요
https://url.kr/ohajr4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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