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선교사” 서정운 명예총장의 당부

국민일보

“이웃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선교사” 서정운 명예총장의 당부

입력 2022-06-12 16:09 수정 2022-06-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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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운 장로회신학대 명예총장이 11이 서울 소망교회 앞에서 선교사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는 한국인에게 ‘한’과 ‘정’, 그리고 ‘흥’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도 이런 정서가 있어요. 한국 선교사들이 이걸 잘 이해하고 그 분들과 잘 어울려 살면 자연스럽게 복음도 심을 수 있을 겁니다.”

서정운(86) 장로회신학대 명예총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근처 카페에서 이런 당부를 전했다.

‘인도네시아 선교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서 명예총장은 1973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의 파송을 받아 인도네시아 선교를 시작했다.

서 명예총장은 오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한인교회에서 열리는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대회’ 주 강사로 참석하기 전 한국을 찾았다.

71년 박창환 장로회신학대 전 학장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파송 받은 이후 지난해 50주년을 맞았지만 코로나19로 기념행사를 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선교는 반 백 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해 현재 한인 선교사 400여 가정이 활약하고 있다.

75년 선교사를 사임하고 선교학을 전공한 뒤 대전 한남대와 장로회신학대에서 선교학을 가르쳤던 서 명예총장은 은퇴 후에도 예장통합 순회 선교사로 전 세계를 다니며 후배 선교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 명예총장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당부는 “선교지에서 잘 살라”는 단순한 메시지였지만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선교지 문화를 존중하고 잘 알아야 하며 언어 습득이 기본이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살아야 복음을 전할 기회도 생긴다. 서 명예총장이 잘 먹고 잘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네덜란드에 의해 340년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한이 생겼고 고난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나누는 흥과 정이 많다”면서 “이런 공감대를 나누는 걸 출발점으로 여러 한인 선교사들이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잘 살면 복음도 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의 이런 말을 듣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예수님도 결국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셔서 삶을 통해 우리에게 복음을 심었단 사실을 기억하면 답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서 명예총장은 “복음의 진수도 절대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료하다는 걸 선교사들이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 조언했다. 그러면서 “진짜일수록 미사여구가 필요 없고 단순하다”며 “예수님이 많이 배우지 못한 갈릴리 어부들에게 복잡하게 복음을 전했다면 복음의 진수가 오대양 육대주의 남녀노소에게까지 확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명예총장은 “몰트만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명인데 그 또한 ‘신학의 가장 절박한 도전은 단순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면서 “선교지에서 선포하는 복음도 단순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복음을 단순하게만 선포하면 선교가 될까.

서 명예총장은 “진정성 있게, 그리고 단순하게 복음의 진수를 선포하면 그 나머지는 성령이 하신다는 걸 믿으라”면서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복음이 심겼다”고 소개했다.

실제 1885년 공식적으로 선교사들이 방한해 복음을 선포한 뒤 고작 3년 만에 1000% 이상 교인이 늘자 미국의 장로교 선교부가 실태 조사를 위한 요원을 한국으로 파견했었다는 게 서 명예총장의 설명이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 신학자는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한국교회도 본질을 회복하라고 했다.

서 명예총장은 “기독교의 역사를 돌아보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은 지하동굴에서, 또 공산주의 정권하에서 기독교의 모든 인프라를 빼앗긴 중국에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났다”면서 “복음의 본질만 추구하고 이를 전한다면 결국 성숙한 복음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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