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분명 눈 떴는데, 앞이 캄캄해졌다…전투기 비행 체험기

국민일보

[영상]분명 눈 떴는데, 앞이 캄캄해졌다…전투기 비행 체험기

입력 2022-06-23 10:27 수정 2022-06-23 15:43

영상은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재생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206724&code=61111911&sid1=pol)


기자가 지난 16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항공우주의료원 산하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중력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G-Test)'를 받고 있다. 훈련 장비가 빠르게 하면서 중력 6배의 상태에 이르자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고 시야와 의식이 흐려지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다. 공군 제공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데, 눈두덩이를 한 대 맞은 듯 눈앞이 캄캄했다. 의식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고개를 드세요!” 교관이 반복해 외쳤지만 지구 중력 6배의 힘 앞에선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듣던 ‘중력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G-Test)’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기자는 지난 16일 충북 청주에 있는 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G-Test, 고공 저압 환경 훈련, 비상탈출 훈련, 비행착각 체험 등 ‘공군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받았다.

여러 비행환경 훈련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단연코 G-Test였다. 전투기 조종사가 급격한 기동 시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에 의식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되는 훈련이다.

국방부 기자단이 16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항공우주의료원 산하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공군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공군 제공

중력이 높아지면 머리 방향으로 공급돼야 할 피까지도 하체로 쏠린다. 가장 먼저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하반신 방향으로 피가 몰리지 않도록 복부와 하체에 힘을 주고 “억” 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쉬어야 한다. ‘L1 호흡법’이라 불린다.

전투기 조종석 모형의 훈련 장비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맸다. 눈 정면엔 빨간색 램프가, 빨간색 램프 양쪽 약 30㎝ 지점에는 초록색 램프가 설치돼 있었다.

교관은 “초록색이 안 보이면 시야가 어두워지는 ‘그레이 아웃’ 단계, 빨간색까지 안 보이면 ‘블랙 아웃’ 단계이니 배운 호흡법을 잘 유지하셔야 합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항공우주의료원 산하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 설치된 가속도 내성강화 훈련용 장비의 모습. 공군 제공

교관이 나가자 훈련 장비는 원형의 방을 빠른 속도로 돌면서 중력 가속도를 끌어올렸다. 1초 만에 지구 중력(1G)의 6배에 해당하는 6G에 도달했다. 기자의 몸무게를 고려하면 약 500kg에 달하는 하중이었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이 상태로 20초를 버텨야 한다니, 차라리 빨리 기절하는 편이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6G에 도달한 지 1초 만에 ‘그레이 아웃’에 진입했다. ‘빨간 램프만 보자’는 마음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레이 아웃 진입 뒤 다시 1초 만에 ‘블랙 아웃’에 빠졌다. L-1 호흡법은 잊은 지 오래. 아예 숨 쉬는 법을 까먹은 듯했다. ‘곧 기절하겠구나’ 직감했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어디선가 “머리 붙이세요! 호흡하세요!” 외치는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계시처럼 따르면서 호흡법을 유지하니 거짓말처럼 조금씩 ‘빨간불’이 보였다. 훈련을 마치고도 한동안 호흡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었다.

공군 조종사들은 보통 지구 중력의 9배에 해당하는 9G에서 15초 이상을 버텨야 전투기에 탈 수 있다고 한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은 훈련 시에도 7~9G 정도의 높은 중력을 받는다”라며 “훈련을 마치고 오면 몸 구석구석 실핏줄이 터져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G-Test'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



16일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고공저압 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모습. 공군 제공

고공 저압 훈련에선 저압·저산소 상태에 노출돼 구구단조차 외우지 못할 만큼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험도 했다. 통상 1만 피트(약 3048m) 고도에 도달하면 체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눈앞이 흐려지고 판단능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저산소증을 겪는 것이다.

밀폐된 고공 저압 훈련 장비는 2만5000피트(약 7620m) 고도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 산소마스크를 떼자마자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이 상태에서 구구단의 ‘9단’을 푸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9×4’가 대체 몇인지 고심해야 했다. 답을 종이에 채우려는 순간, 산소 포화도가 70%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교관은 기자에게 산소마스크를 급히 채웠다.

저산소증을 겪는 시간이 길어지면 귀가 심하게 아픈 중이통이나 감압증을 호소하게 된다. 또 혈액 중 질소가 기포 상태로 변해 심한 경우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취재진이 비상탈출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이밖에 전투기 조종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비상탈출 훈련, 3차원의 공간에서 비행하면서 수평 감각 등이 오류를 일으키는 비행착각 체험도 실시됐다.

이같은 훈련을 무사히 마쳐야 대한민국 영공을 지킬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미 조종사 자격을 갖춘 이들도 3년에 한 차례씩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를 포함해 공중 근무자가 임무를 수행할 때 인간의 신체적 기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실시하는 훈련”이라며 “비상탈출을 제외하고 실제 비행 시 모두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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