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좋네” 목 조르고 기절시키고…동급생 죽음 내몬 10명의 고교생

국민일보

“맷집 좋네” 목 조르고 기절시키고…동급생 죽음 내몬 10명의 고교생

입력 2022-06-24 15:03 수정 2022-06-24 15:09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체격이 건장한 동급생의 맷집이 좋다며 폭행하고 성추행하는 등 장기간 괴롭혀 동급생을 죽음으로 내몬 고교생 10명이 1심에서 최대 징역 3년 등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현수)는 2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고교생 A군(18)에게 장기 3년·단기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18)·C군(18)에게는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을, D(18)·E군(18)에게는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5명 중 1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명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남은 2명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2020년 상반기부터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피해자 F군(18)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27일까지 교실, 체육관, 급식실, 학교 밖 등에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트라이앵글 쵸크’라는 주짓수 기술로 F군의 목을 졸랐고, 다른 가해 학생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했다. 이들은 양손으로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행위를 ‘기절 놀이’라고 부르며 이를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부 가해 학생들은 키180cm, 몸무게 90kg 이상인 F군의 ‘맷집이 좋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F군의 어깨를 수차례 주먹으로 내리치거나, 뺨을 때렸다. 다른 동급생에게 ‘F군이 맷집이 좋으니 때려보라’고 강요했다.

A군은 F군의 바지를 내리거나 얼굴에 사인펜으로 낙서하며 괴롭혔다. F군 목에 올라타 4층에서 1층 급식실까지 가게 한 뒤 조롱하거나 장난이라며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했다. 여동생과 이성친구를 상대로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다.

B군은 성적수치심을 줄 수 있는 발언을 반복하거나 주먹질을 일삼았고, C군은 강제로 춤을 추게 하거나 빵을 사 오라는 등 각종 심부름을 시켰다.

A·B·C군 등 가해 학생들은 격투 기술을 사용하거나, 급소를 때리고 차렷자세를 시킨 뒤 정강이를 마구 차는 악행을 반복했다.

F군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가해 학생들은 ‘남자들 사이의 장난’이라며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해 학생 10명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F군은 지난해 6월 29일 지역의 한 야산에서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거 너무 서럽고 창피하다’는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F군의 가족이 학교 폭력 피해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과정에서 범행 전반을 목격했던 학생들에게서 “동물을 대하듯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F군은 성격이 착하고 온순해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가해 학생들의 행위를 받아줬다”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가해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다음 주면 생을 마감한 지 1주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학생의 부모는 우리 아들이 차라리 가해 학생이 되어 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여전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체격이 좋고 착하고 온순했다. 늘 밝은 표정으로 친구와 가족을 위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남학생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장난이었다고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핑계만 대고 있다. 죄질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유족의 아픔과 고통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범행의 경위와 수법, 횟수, 죄질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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