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특급] 숏!숏!숏! 짧아도 터진다 ‘숏박스’

국민일보

[주말특급] 숏!숏!숏! 짧아도 터진다 ‘숏박스’

유튜브 ‘숏박스’ 김원훈·조진세 인터뷰
“가장 좋은 콘텐츠는 평범한 일상”
“고(故) 송해처럼 오래 사랑받고 싶다”

입력 2022-06-25 00:02 수정 2022-06-25 00:04
유튜브 채널 ‘숏박스’ 출연자 조진세(왼쪽)와 김원훈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작은 박스가 있다. 박스가 열릴 때마다 짧은 영상이 나온다. 영상이 끝나면 싫증을 느낄 틈도 없이 새로운 영상이 등장한다. 어떤 이는 ‘혼밥’을 하면서, 누군가는 잠자기 전 하루를 마감하며 영상을 본다. 또 다른 이들은 출퇴근길 지옥철에서, 야자가 끝난 뒤 버스에서, 친구들과 카페에서, 혼자든 누군가와 함께든 웃음이 필요할 때마다 박스를 연다.

5분 내외 짧은 영상을 담은 ‘숏박스’ 채널에 구독자 186만명이 몰렸다. 평균 조회수는 500만회. 특정 영상의 최다 조회수는 1000만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은 숏박스를 자신의 휴대폰에 담아둔다는 얘기다.

손바닥 안 작은 박스에 우리들의 하루가 담긴다. 미용실에서 커트 후 당황하는 모습, 남매가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지르는 모습, 치과에서 덜덜 떠는 모습. 모두 내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다. 보는 동시에 나도 주인공이 된다.

“가장 좋은 콘텐츠는 일상이다.” 개그맨 김원훈과 조진세는 숏박스 인기 요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두 사람은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통계’를 찾아낸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 중 “나도 그래”라는 대답을 모아 통계를 만들고 이 자료가 곧 숏박스의 콘텐츠가 된다. 소소한 통계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두 사람을 만나 숏박스를 열어봤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출연자 조진세(왼쪽)와 김원훈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숏박스’ 콘텐츠 대부분이 일상의 모습이다.
“원래 개그콘서트 공연 때부터 공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현장에서도 관객들이 우리 개그에 공감하면 그 순간 웃음이 터졌다. 그런 공감 포인트는 대부분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 유튜브는 이런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디테일이 많다. 예를 들어 감정에 따른 눈 밑 떨림, 이런 표현들은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유튜브에서는 표현할 수 있어서 공감의 지수가 높아진다.” (김원훈)
“일상 속에 공감 포인트가 굉장히 많다. 영상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하는데’라고 말하는 부분이 웃음을 자아낸다. 유튜브에서는 공감을 끌어내는 요소들을 더욱 자세히, 그리고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조진세)

-일상 속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
“일상에서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만 소재로 다루고 있어서다. 치과 안 가본 사람 없고, 미용실 안 가본 사람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가장 자주 가고 빈번하게 접했을 상황을 설정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예를 들면, 남자들한테 미용실에서 투블럭 커트 몇 ㎜로 하는지 5명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소소한 통계가 모이고, 그 통계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김원훈)
“콘텐츠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들다 보니 많은 분이 쾌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특히 특정 직업이 콘텐츠로 다뤄졌을 때 그 직업군의 구독자들 반응이 뜨겁다. 미용사 편을 올렸을 때는 SNS에 미용사들 팔로우 요청이 엄청 많이 오고, 치과 편을 올렸을 때는 치과 의사분들로부터 DM이 쏟아진다. 대부분 ‘너무 재밌으니까 이대로만 해주세요’라는 내용이다.” (조진세)

-‘이대로만’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냥 열심히 해달라는 뜻 같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열심히 한다. 간혹 ‘얘네 예전 같지 않다’ ‘슬슬 재미없네’ ‘폼 떨어졌다’ 등의 댓글이 달리는데 우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똑같이 촬영하고 편집한다. 예전과 달라졌다는 댓글 반응은 구독자들의 취향이 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원훈)
“물론 어떤 영상은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이고, 어떤 영상은 굉장히 잘 만든 것도 있을 것이다. 다만 매번 퀄리티 차이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조진세)

유튜브 채널 ‘숏박스’ 출연자 김원훈(왼쪽)과 조진세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특정 직업을 다룰 때 고충은 없나.
“기자를 다루는 콘텐츠를 올리고 나니 기자분들 만날 때 조금 불편해졌다. 모든 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기자라는 직업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려고 올렸다고 여길까 우려가 됐다. 그냥 우리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개그를 짠 것이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김원훈)
“개그는 개그로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그 각본일 뿐이다.” (조진세)

-어떤 소재는 다루기 예민할 텐데.
“저는 꼭 이 표현을 써야 재밌다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사회적으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대본을 작성할 때는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 저는 상대적으로 재미를 위해 센 표현을 쓰자고 제안하지만 진세가 많이 말리는 편이다.” (김원훈)
“형한테 ‘이건 표현이 너무 세다’고 자주 말한다. 워낙 많은 분이 봐주시기 때문에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괜찮다고 생각해도 몇몇 분이 불편하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것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조진세)

유튜브 채널 ‘숏박스’ 출연자 조진세(위)와 김원훈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무대 대신 ‘유튜브’를 찾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여파로 무대가 많이 사라졌다. 무대는 개그맨의 존재 이유다. 무대가 없다면 개그맨도 없다. 축구 선수들이 운동장이 없으면 출전을 못 하는 것처럼, 개그맨에게 무대가 없다는 것은 축구 선수가 출전할 필드가 없다는 것과 같다.” (김원훈)
“개그맨에게 무대란 엄청난 의미다. 배달하는 분들에겐 오토바이, 기자들한테는 노트북 같은 것이다. 무대가 없다는 건 개그맨이란 직업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조진세)

-두 사람은 ‘숏박스’라는 무대를 잘 찾은 것 같다.
“무대가 사라진 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저희가 인지도는 낮지만, 간혹 알아보는 분이 계셔서 배달 아르바이트는 용기가 나지 않았고 행사 사회를 많이 봤다. 돌잔치나 결혼식, 행사 MC를 많이 했다. 1회당 20만원 정도인데 보수는 주는 사람 마음이다. 어떤 분은 돈 대신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시대에 맞는 플랫폼을 찾은 것 같다.” (김원훈)
“코로나로 그나마 있던 행사도 다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행사 아르바이트를 많이 뛰던 개그맨들이 코로나 여파로 수입이 뚝 끊겼다. 개그맨 중 아직 유명하지 않은 분 중에 실력 좋으신 분들이 진짜 많다.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개그맨 선후배분들 다 같이 유튜브라는 플랫폼 무대에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진세)

-만약 지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계속 개그맨을 준비했을 것 같다. 원래 전공이 항공정비과였다. 너무 적성에 안 맞다고 생각해서 자퇴했고, 25살에 연기 입시를 해서 뮤지컬 학과에 다시 들어갔다. 거기서 연기를 하다가 개그맨을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역할이 너무 좋다고 느꼈다.” (김원훈)
“저는 노량진에 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 부모님 권유로 한 두 달 정도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시험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이제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고 싶은 것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고 개그맨 준비를 시작했다.” (조진세)

유튜브 채널 ‘숏박스’ 출연자 조진세(위)와 김원훈이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을 받으면 슬퍼져서 진지하게 대답하기가 힘들다. 눈물이 난다. 자존감이 바닥이고 너무 힘들 때 항상 응원해줬던 친구가 진세다. 친구이자 동생이고, 배울 점도 참 많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함께해서 할 수 있었다. 제 인생의 동반자다. 지금은 그야말로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훈)
“고환 한쪽. 내게 형은 이 정도로 소중한 존재다.” (조진세)

두 사람의 소망은 고(故) 송해처럼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마주치면 먼저 달려와 주던 선배, 너털웃음을 지으며 후배 만나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던 선배, 항상 웃고 있던 선배, 후배를 아기 보듯 응원하던 선배. 두 사람이 기억하던 송해의 모습은 이들이 되고자 하는 코미디언의 모습 그대로였다. 10년 뒤에도 쇼박스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특별한 사고만 없으면”이라고 입을 모은 두 사람. 인터뷰가 끝나고 바깥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두 사람의 아이디어 회의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이예솔 인턴기자
황서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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