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가 비극 불렀나…결국 돌아오지 못한 조유나양

국민일보

‘코인 투자’가 비극 불렀나…결국 돌아오지 못한 조유나양

차량에서 일가족 추정 시신 3구 발견
부모, 실종 직전까지 ‘루나 코인’ 수차례 검색
생활고 시달려와…극단적 선택 가능성

입력 2022-06-29 14:57 수정 2022-07-01 17:43
경찰이 29일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양 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유나(10)양 부모가 지난달 ‘루나 코인’을 수차례 검색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일가족의 비극이 코인 투자 실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종된 조양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시민들도 비극적인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부근에서 발견된 실종 가족의 차량에서 시신 3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탑승자들이 일가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승용차 안에서 수습된 시신은 성인 남녀와 어린이 1명으로 조양 일가와 가족 구성이 일치한다. 옷차림도 생활반응이 사라지기 직전 조양 가족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일치했다.

경찰은 지문 대조, 신분증 등 유류품 분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인양 당시 승용차 변속기는 ‘P(주차)’ 상태였다.

지문등록이 안된 어린이의 경우 함께 수습한 성인과 유전자 정보(DNA)를 비교해 가족 관계를 법의학적으로 규명하게 된다. 이번에 인양된 차량은 조양 일가족 3명이 지난달 30일 펜션을 나설 때 이용했던 아우디 차량과 번호판이 일치하는 동일 차량이다.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조양 부모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분석하면서 사망 경위를 밝히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조양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양 부모는 지난달 포털사이트에서 ‘루나 코인’을 여러 차례 검색했다. 수면제와 극단적 선택 방법 등을 검색한 이력도 확보됐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이 같은 자료를 확보했다.

조양 부모가 학교에 체험학습을 가겠다고 알린 시기도 루나 코인 폭락 사태와 시기가 맞물린다.

한국산 코인으로 주목받았던 가상화페 루나와 테라는 지난달 12일 기준 99% 이상 폭락하면서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이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다.

조양 부모는 지난달 17일 조양 학교에 제주도 체험학습을 가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루나 폭락 사태가 벌어진지 5일 만이다. 조양은 이날 학교에 질병으로 인해 결석한다고 알렸고 18일은 공휴일로 등교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부터 학교 측에 알린 체험학습 기간이 시작됐다.

조양 부모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체험학습을 가겠다고 신청서를 냈는데 ‘한 달 살기’ 일정 시작을 고작 이틀 앞두고 신청서를 낸 것이다.

조양 가족은 이후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전남완도 펜션에 머물렀다. 하루 건너 29일 다시 입실한 뒤 30일 오후 11시쯤 펜션을 빠져나갔다. CCTV 영상 속 조양 어머니는 조양을 업고 펜션 문을 나섰고 아버지는 옆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조양 부모는 실종 직전인 지난달 30일까지 루나 코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지난해에도 코인 투자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민방인 KBC 광주방송은 전날 조양 아버지 조씨와 지난해 6월까지 같은 상가에서 근무했던 이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조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돈을 잃은 것으로 안다” “평소 컴퓨터 모니터에 가상화폐 관련 차트를 띄워놓고 수시로 확인하는 모습을 본적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모가 코인 투자로 실제 손실을 봤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융 거래 내역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지난해 7월까지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하다 폐업했고 엄마 이씨도 비슷한 무렵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족이 거주했던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는 카드 대금 지급 명령서,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가족의 카드빚은 총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지난해 7월 사업을 폐업한 후 가족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시신 발견 소식을 접한 직장인 권모(38)씨는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만약 부모가 아이를 끌어들여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면 용서할 수 없는 범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종 가족 부모가 여러 차례 검색했던 루나 코인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한국산 코인이다.

루나는 1코인이 1달러에 연동되는 테라 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자매 코인’이다. 테라는 현금이나 국채 등이 아닌 또 다른 가상화폐인 루나와 연동되는 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12일 테라와 루나가 동반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의 자산이 순식간에 증발했지만 가상화폐 투자 특성상 투자자가 보호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루나를 만든 권 대표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어나니머스는 최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권 대표가 끼친 피해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며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권 대표의 책임을 묻고 최대한 빨리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루나와 테라 투자자들은 지난달 권 대표 등을 사기 및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고소했다.

권 대표는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나도 코인을 거의 다 잃었다”며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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