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어두웠던 윔블던 ‘우크라 매치’… 英남녀 스타는 안방서 조기탈락

국민일보

승자도, 패자도 어두웠던 윔블던 ‘우크라 매치’… 英남녀 스타는 안방서 조기탈락

입력 2022-06-30 12:59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우크라이나 레샤 추렌코(오른쪽)와 아넬리나 칼리니나가 경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선 추렌코가 2대 1로(3-6 6-4 6-3) 역전승을 거두며 3회전에 진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들 간 맞대결이 펼쳐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는 조국 생각에 승자도 패자도 웃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레샤 추렌코(101위)는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 단식 2회전에서 같은 나라 선수인 아넬리나 칼리니나(34위)를 2대 1로(3-6 6-4 6-3) 역전승을 거두며 3회전에 진출했다. 추렌코는 5년 만에 자신의 최고기록인 윔블던 3회전에 다시 진출하게 됐다.

하지만 추렌코는 경기 후 ‘죄책감’을 토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이 끔찍하다”며 “끔찍하고 매우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도 “계속 게임을 하고 상금의 10%를 기부하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추렌코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리본을 가슴팍 위에 달고 경기에 임했다. 윔블던은 흰색 복장만 착용하는 전통이 있지만 주최측이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했다.

두 선수의 대결에 팬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기도 했다. 추렌코는 두 선수 모두 “놀라운 지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하러 오는 도중 우크라이나에서 피난 온 2명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 택시기사를 만났다”며 “그렇게 많이 우크라이나인들을 도와주는 데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칼리니나는 복식에서 대회를 이어간다. 그는 앞서 윔블던 상금을 최대한 많이 벌어 가족과 다른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밝혔다. 칼리니나와 따로 떨어져 사는 가족의 집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상황이다. 칼리니나는 “우리는 평화를 위해 기도하지만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가 시비옹테크 인스타그램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자선대회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윔블던 1차전 승리로 36연승을 달리는 시비옹테크는 최근 몇 달간 모자에 파란색과 노란색 리본을 단 채 우크라이나 지지를 목소리내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지난 몇 달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선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7월 23일 특별한 행사를 열 것”이라고 썼다.

‘이가 시비옹테크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경기에서 폴란드 출신 아그니에슈카 다르반스카(은퇴)와 단식 경기를 치른다. 또 폴란드의 신예 마틴 파벨스키와 조국을 위해 프로생활을 중단하고 입대한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 등 남성 선수들과 혼합 복식 경기도 예정돼있다. 심판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전쟁 후 활동을 중단한 엘리나 스비톨리나가 본다. 수익금은 전쟁 피해를 입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원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영국의 남녀 테니스 스타인 앤디 머리(52위)와 에마 라두카누(11위)는 각각 안방에서 열린 윔블던 남녀 단식 2회전에서 조기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라두카누는 카롤린 가르시아(55위)에게 0대 2(3-6 3-6)로 완패하며 이번 시즌 3개 메이저에서 모두 2회전 탈락했다.

윔블던 2회 우승자인 머리는 2회전에서 미국의 존 이스너(24위)에게 1대 3(4-6 6-7<4-7> 7-6<7-3> 4-6)으로 졌다. 머리가 윔블던에서 3회전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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