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피에 젖은 용사’라고?···美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 민주주의의 위협

국민일보

예수님이 ‘피에 젖은 용사’라고?···美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 민주주의의 위협

입력 2022-07-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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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지난해 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불복을 표출하며 백악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DB

백악관 앞에서 노끈으로 동여맨 커다란 십자가를 붙들고 기도하는 사람, 군중들 틈에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외치며 하늘을 향해 연신 팔을 치켜드는 사람. 언뜻 보면 교회 성도들의 연합집회 모습으로 보이는 이 장면을 두고 미국 내에서 ‘민주주의의 위협’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최근 확산하는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사상이 폭력적이고 이단적이며, 예수의 삶과 그의 가르침에도 정반대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모습이 미국 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건 지난해 1월 대통령 선거에 불복한 시위대가 미 의회를 습격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였다. 당시 ‘하나님, 총, 트럼프’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일부 시위 대원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예수 나의 구원자, 트럼프 나의 대통령’이란 문구가 적힌 성조기를 휘두르는 모습 등이 보도되면서 논란을 낳았다.

미국 내 종교학, 역사학 전문가들은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를 ‘백인 기독교인이 지배하는 미국의 건립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조’로 정의한다. 이 사상을 추종하는 이들이 미국 사회를 ‘진정한 미국인’과 ‘그 외’로 갈라놓고 오직 진정한 미국인만 모든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데올로기 권위자인 사무엘 페리 오클라호마대 신학과 교수는 “이 같은 사상은 ‘위장된 기독교’”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행동에 ‘종교적 해석’을 갖다 붙이는 행태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크리스틴 두메스 칼빈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들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불꽃 같은 눈’ ‘피에 젖은 옷’ 등을 검을 휘두르며 적을 물리치는 ‘하나님의 전사 예수님’으로 해석한다”며 “이는 예수님을 ‘평화의 왕’이 아닌 무력으로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회복시키는 용사로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립 고르스키 예일대 교수는 “미국과 이 사회의 제도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백인 기독교인 모두가 기독교 민족주의자는 아니며 민권운동에 앞장섰던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를 비롯해 수많은 흑인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민족주의로 전락하지 않는 애국심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가 미국 기독교계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 바나 그룹은 지난해 조사를 통해 “미국 기독교인 중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건국됐으며 하나님은 특별한 역할을 감당하게 하기 위해 미국을 선택했다’고 믿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메스 교수는 “이 사상이 주류 기독교계에 깊이 침투해있기 때문에 어떤 목회자든 이에 반하는 말을 하려면 사실상 목사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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