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 핏방울 뚝뚝” 광주 공원의 ‘마루’ 구한 언니 [개st하우스]

국민일보

“눈밭에 핏방울 뚝뚝” 광주 공원의 ‘마루’ 구한 언니 [개st하우스]

입력 2022-07-30 09:31 수정 2022-07-30 09:31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2월 광주 염주체육관 인근 눈밭을 떠돌던 당시 유기견 마루 모습. 수북하게 자란 털에서 오랜 유기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제보자 제공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에 체육공원을 떠돌아다니는 어린 암컷 유기견을 발견했어요.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니 작년부터 눈 내리면 눈 맞고, 비 내리면 비 맞고, 그렇게 떠도는데 경계심이 강해서 지켜볼 뿐 1년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대요.”
-유기견 마루의 구조자 김민지(30대·가명)씨

2살 유기견 마루는 1년째 광주의 체육공원을 떠돌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 발길이 끊긴 황량한 공원에서 어떻게 1년을 버틴 걸까요. 제보자 민지씨는 “시설 관리인과 인근 주민들이 매일 사료와 물을 챙겨준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직접 구조해 돌보기는 부담스럽고 시보호소에 신고하자니 안락사 명단에 오를 게 뻔해 주민들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료를 챙겨주며 지켜본 거죠.

하지만 지난 2월, 마침내 마루에게 구조자가 나타납니다. 위태로운 떠돌이개 생활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거듭날 기회를 얻게 된 겁니다.



추운 눈밭에 핏방울 뚝뚝...“암컷 유기견을 만났어요”

제보자 민지씨는 직장인입니다. 지난해 말 인사 발령이 나서 서울에서 광주로 이사를 옵니다. 낯선 동네에 적응하던 민지씨는 지난 2월 3일 밤, 염주종합체육관 내부 도로를 가로지르던 중 눈밭을 떠도는 유기견 한 마리를 발견했죠.

7㎏쯤 될까, 비쩍 마른 체구의 앳된 유기견이었습니다. 사연은 알 수 없으나 덥수룩하게 자란 털 상태로 보아 버려진 지 몇 개월은 돼 보였습니다. 민지씨가 5m 앞까지 다가가자 경계하며 달아나던 녀석. 떠나간 눈밭 위에는 붉은 생리혈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개들은 생후 6개월쯤 첫 생리를 시작해 이후 4~6개월마다 가임기를 겪습니다. 민지씨는 “비슷한 2살 또래의 암컷개를 기르다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며 “저렇게 떠돌다가 거리에서 임신하고 새끼를 낳거나 로드킬을 당할까 걱정됐다”고 전합니다.

광주 염주체육관 인근을 떠돌던 유기견 마루가 지난 2월 전문구조장비로 포획될 당시 모습. 경계심이 강해 주민들이 차마 구조하지 못하고 1년째 사료만 챙겨주고 있었다. 제보자 김민지(가명)씨 제공

그날부터 민지씨는 매일 체육관을 찾아가 마루에게 사료를 챙겨줬고, 그 과정에서 인근 시설관리인과 주민들로부터 마루에 얽힌 사연을 듣습니다. 공원을 떠돈 지 1년이 넘는 마루에게는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누구도 마루를 구조하자고 말하지 못했다는 얘기였죠. 사회화, 입양 모집 등 구조 이후의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민지씨는 “구조 의사를 밝혔더니 ‘잘살고 있는 애를 왜 건드냐’ ‘구조 이후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민지씨는 마루를 구조하기로 결심합니다.

"지금이야!" "덜컥"… 1년 만에 구조되던 순간

민지씨는 유명 구조단체들에 마루를 제보했지만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동물구조단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서 멀리 광주까지 출동하는 걸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사설 구조대의 경우 건당 40만~50만원의 구조비용이 발생하는데 그마저 구조요청이 밀려있어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했죠.

민지씨는 수소문 끝에 동물구조 유튜버 ‘팔천사와강아지세상’(팔천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팔천사는 충북 옥천에서 출동하는 구독자 5만명의 유튜버로, 구조 생중계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무료구조 및 라이브방송을 활용한 치료비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2월 17일 오후 7시, 팔천사 구조팀이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구조팀은 마루가 다니는 체육공원 길목에 포획틀을 설치하고 20여m 떨어진 차 안에서 녀석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죠. 포획틀 설치 30분 만에 나타난 마루. 포획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다가 구운 고기 냄새에 이끌려 포획틀 내부로 걸어 들어갔지요. “지금이야!” “덜컥” 원격 리모콘을 누르자 포획틀 문이 닫히고, 마루는 1년간의 떠돌이 생활을 마치게 됩니다.

"지금이야!" "철컥" 마루가 1년 떠돌이생활 끝에 구조되는 모습. 동물구조 유튜버 '팔천사와강아지세상' 제공

팔천사의 대표(60)는 “포획 과정에서 똥오줌을 지릴 만큼 겁은 많았지만 질병검사 결과 무척 건강했다”며 “그간 주민들이 사료를 비롯해 예방약까지 챙겨준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마루는 민지씨의 자택에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회화 과정은 쉽지 않았죠. 마루는 1개월 동안 방구석에 웅크린 채 숨어 지냈고,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사료 냄새도 맡지 않을 만큼 잔뜩 경계했어요. 민지씨는 “마음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한동안은 ‘마루를 구조한 것이 잘한 선택일까’ 막막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렇지만 민지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루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조금씩 사람 손과 산책줄에 익숙해지도록 행동교육을 시켜줬습니다. 그렇게 1주, 2주 그리고 1개월이 지나자 마침내 마루는 이름을 알아듣고 사람 손에 다가와 얼굴을 비빌 만큼 달라졌습니다. 2개월 뒤에는 민지씨의 반려견인 말티푸 호두와 합사해 함께 지낼 정도로 성격이 밝아졌습니다.

구조 이후 2개월간 마루의 표정이 변화하는 모습. 초기에는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1개월만에 민지씨와 남편에게 다가오는 등 빠르게 사회성을 형성했다. 제보자 제공

누더기털 벗으니 귀여운 짱구눈썹, 마루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8일 국민일보는 서울 마포구 단독주택에서 마루를 만났습니다. 민지씨가 반려견 호두, 마루와 함께 새벽 상경길에 오르면서 촬영이 성사될 수 있었죠. 이날 현장에는 입양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11년차 유기견 행동전문가 권미애쌤이 함께 했습니다.

누더기털을 벗은 마루는 그린 듯 짙은 눈썹털이 선명하더군요. 민지씨는 “눈썹을 그려준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마루에겐 원래 짱구눈썹이 있어 항상 웃는 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취재진을 만난 마루 모습. 낯선 장소에서 만났음에도 금세 경계심을 풀고 안정을 취했다. 최민석 기자

낯선 장소인데다 낯선 취재진 탓인지 마루는 긴장한 듯 사료도 못 먹고 꼬리를 숨겼습니다. 미애쌤과 한바퀴 집안 산책을 한 뒤 공간에 익숙해지자 마루는 그제야 간식을 얻어먹더군요. 모르는 사람에게 덥썩 다가가 안기는 호두와는 달리 마루는 이름을 부르거나 간식을 건네지 않으면 얌전히 엎드려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미애쌤은 “마루는 상대가 허락할 때 다가갈 줄 아는 매너를 갖춰 편안한 산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마루는 가위, 클리퍼(바리깡) 등 미용 도구를 매우 두려워합니다. 실제로 많은 반려견이 미용 도구의 날카로운 감촉과 요란한 작동음을 무서워하지요. 해법으로 미애쌤은 피어프리(fear-free) 미용법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애견미용에 앞서 반려견에게 미용도구의 냄새, 감촉, 소리 등을 미리 알려주고 공포반응을 없애는 과정으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피어프리 과정을 경험한 반려견은 미용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클리퍼의 냄새를 맡고, 작동음을 듣고, 이윽고 클리퍼로 몸을 쓸어내리는 과정까지 30분간 교육을 마치자 과연 마루는 클리퍼 곁에서 간식을 먹을 만큼 편안해했습니다.

피어프리 미용 교육을 받는 마루 모습. 최민석 기자

민지씨를 만나 반려견으로 거듭난 마루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견생 2막을 기다리는 2살 견공, 마루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체중 7.6㎏, 2살 암컷 (중성화 필요)
✔침착하며 다른 동물에게 달려들지 않음.
✔입질이나 공격성 없음. 보호자에게 애교를 보임

*마루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95번째 견공입니다 (74마리 입양 완료)
마루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https://url.kr/3nr9dm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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