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제작자, 감독으로…정우성 “영화,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국민일보

배우에서 제작자, 감독으로…정우성 “영화,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이정재, 늘 긍정적인 자극 주는 동료이자 평생의 벗”
영화 ‘헌트’ 김정도 역…‘보호자’로 다음달 토론토영화제 초청

입력 2022-08-04 17:22 수정 2022-08-04 17:24
배우 정우성은 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비트’ ‘내 머릿속의 지우개’ ‘호우시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더 킹’ ‘강철비’ ‘증인’ 등 꾸준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는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의 주연을 맡아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찐친’ 이정재와 한 스크린에 담겼다.

이정재 감독 영화 '헌트'에서 주인공 김정도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오랜만에 정재씨와 함께 작업했지만 영화를 만드는 순간에는 ‘우리끼리’ ‘오랜만에’같은 의미를 지우고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 나중에 그런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며 “정재씨의 도전, 우리가 함께 한 도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좋다. 그 도전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해냈다는 사실이 좋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개봉을 앞둔 지금 두 친구는 영화 홍보 일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예능 프로그램과 인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우성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니까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에 출연했다”며 “재밌을 것 같았고, 새롭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트’에서 정우성은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을 맡았다.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와 서로 의심하고 대립하는 인물이다. 영화가 가지게 될 의미 때문에 배역을 섣불리 수락하긴 어려웠다.

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그는 “감독에 도전하는 것 자체로 버거운 일인데 한 작품에서 저희 둘의 모습을 보고자하는 관객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도 생길 터였다. ‘두 가지를 해내긴 버겁지 않겠냐’며 거절하기도 했다”면서 “결국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 두 개가 다 깨질지언정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에서 김정도는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 안에서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절망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박평호는 또 다른 고민과 선택에 직면한다.

정우성은 “두 인물은 닮은 듯하지만 방향성이 다르다. 혼자 있을 때보다 서로 부딪칠 때 형성되는 기류에 의해 각각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캐릭터”라며 “빈틈없고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설정했고,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폭력적인 공간 안에 있는 스트레스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서 정우성은 이정재를 말없이 응원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게 된 우여곡절을 옆에서 지켜봤다. 어느 날 ‘사람들이 연출을 해 보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내게 묻더라”며 “당시 감독으로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여서 ‘내가 하는 고생을 똑같이 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정우성은 “현장에서 자기 스타일을 낸다는 건 쉽지 않다. 내가 먼저 영화를 만들어봤다고 해서 어떤 말을 한다면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다른 의미 부여가 될 것 같았다”며 “지치지 않길, 현장에서 귀를 열어놓고 있는 감독이 되길 바랐다. 본인이 선택한 결정에 따르는 고뇌와 외로움, 감정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이길 바랐고, 그걸 이겨내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헌트'에서 김정도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우성은 제작자,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킬러 앞에 노인’ 등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제작했다. 최근엔 영화 ‘보호자’의 감독으로서 이정재와 나란히 제47회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보호자’가 상영되는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워크 업’도 함께 초청됐다.

그는 “저희가 영화 일에 얼마나 진지하게 일하고 있는지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감독 일을 하는 부담과 고충은 내가 선택한, 꼭 필요한 힘듦이다. 현장이 가장 즐겁고, 어떻게 하면 더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와 또 다시 작품을 함께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그는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시너지가 일어난 걸 이번에 확인했다”며 “지금 시점에선 앞으로 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우성에게 이정재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돌이켜보면 저희는 다른 현장에 있어도 계속해서 도전해 왔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위안도 됐다”며 “늘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동료이자 평생의 벗”이라고 정의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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