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5명 사망…환자들 탈출 돕던 간호사 ‘살신성인’

국민일보

이천 화재 5명 사망…환자들 탈출 돕던 간호사 ‘살신성인’

사망자 투석환자가 대부분…급히 움직이지 못해
“간호사들, 연기 차는데도 환자들 이동 도와”
“스크린골프장 철거 작업 중 불꽃 튀어…작업자는 대피”

입력 2022-08-05 15:32 수정 2022-08-05 16:42
5일 오전 10시 20분쯤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한 병원 건물에서 불이 났다.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의 한 병원 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중 간호사였던 1명은 환자들의 대피를 끝까지 돕다가 안타깝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7분쯤 이천 관고동의 한 병원 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4층 규모의 학산빌딩으로, 병원은 건물 꼭대기 층인 4층에 위치해 있었다.

해당 병원은 투석전문 병원으로 불이 났을 당시 내부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총 46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불로 지금까지 50대 간호사 1명과 환자 4명 등 총 5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이들은 대부분 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들로 60대 1명, 70대 1명, 80대 2명 등으로 고령이었다.

특히 간호사는 투석환자들의 대피를 끝까지 돕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뒤 대피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연기가 서서히 차들어와서 대피할 시간이 있었으나 투석 환자들이 있다 보니 간호사와 환자들 모두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간호사들은 연기가 차고 있었음에도 환자들 이동을 도우려 하는 등 무언가 작업 중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부상자 수는 총 44명으로 이 중 3명은 중상이며, 41명은 단순 연기흡입으로 인한 부상이다.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불은 이날 오전 10시 17분 병원 바로 아래층인 3층의 폐업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서는 근로자 3명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천장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자체적으로 진화를 시도하려다 실패하자 대피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이후 불길이 위층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화재가 크게 번지지 않았고 당시 건물 내 비상벨 등 소방설비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4층 병원 현장에서 신속한 이동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불이 난 직후 연기가 4층으로 번졌는데, 당시 병원에 투석환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급하게 움직이지 못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110명과 장비 40대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 오전 10시 55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이후 화재 발생 1시간 10여분 만인 오전 11시 29분쯤 불을 모두 껐다.

소방당국은 다섯 차례에 걸쳐 내부 인명검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후 3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과 함께 합동 감식에 돌입했다. 경찰은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엄중 처벌할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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