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창 닫을까 말까’…한국교회가 마주한 ‘댓글창 딜레마’

국민일보

‘댓글창 닫을까 말까’…한국교회가 마주한 ‘댓글창 딜레마’

입력 2022-08-09 15:02 수정 2022-08-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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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온라인 예배에 공을 들이면서 유튜브 댓글창을 적극 활용했다. 예배를 중계할 땐 댓글창에 교인들에게 설교 본문과 설교자가 인용하는 말씀 등을 띄웠고 성도들은 댓글 작성을 통해 자신이 느낀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곤 했다. 유튜브 계정에 게시되는 다양한 신앙 콘텐츠에서도 댓글창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교회의 댓글창 운영 방침은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다. 꿈의교회는 지난 4월부터 예배를 중계하면서 댓글창에 설교 정보를 안내하는 일을 중단했다. 지난달부터는 예배를 중계할 때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실시간 댓글창’만 운영하기로 했다. 꿈의교회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댓글창 운영 방침? 교회마다 제각각

9일 꿈의교회에 따르면 현재 이 교회는 예배를 스트리밍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콘텐츠의 댓글창은 닫아놓고 있다. 댓글창이 있어야 할 자리엔 ‘댓글이 사용 중지 되었습니다’라는 공지만 떠 있는 상황이다.

김학중 목사는 댓글창 운영 방침을 바꾼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교인들을 ‘오프라인 모드’로 바꿔놓기 위해서였다. 김 목사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성도 중엔 댓글을 다는 행위를 통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인들이 예배 현장을 다시 찾도록 하려면 댓글창 운영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댓글창 운영 방침을 바꾼 또 다른 이유는 댓글이 갖는 폐해 때문이다. 아이들이 장난삼아 올리는 글이나 콘텐츠의 분위기를 헤치는 악성 댓글이 적지 않았다. 꿈의교회 관계자는 “댓글창 관리가 쉽지 않았다”며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유튜브 댓글창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성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별도의 댓글창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꿈의교회 외에도 유튜브를 활용한 온라인 예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교회들은 저마다 댓글창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모든 콘텐츠에 댓글 금지령을 내린 교회가 하면 실시간 채팅창만 운영하거나 설교 영상에만 댓글 작성을 막아 놓은 곳도 많다. 교회마다 댓글창 운영 방침이 각양각색인 셈이다.

가령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와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유튜브 계정에 올리는 모든 콘텐츠의 댓글창을 닫아놓고 있다. 두 교회 관계자들이 전한 이유는 비슷했다. “댓글창에 기독교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음란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댓글을 통해 예배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목회자를 음해하는 글도 올라오곤 했다” “낙서 수준의 글들도 문제가 되곤 했다”….

특히 인상적인 이야기는 댓글을 통해 신원미상의 누군가가 경제적 도움을 호소해 성도들이 피해를 본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거다. 광림교회 관계자는 “댓글 작성자가 성도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금품을 내놓도록 꼬드겨 교인들이 피해를 본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댓글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많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가 대표적이다. 이 교회는 예배를 중계할 때 실시간 댓글창을 운영하진 않지만, 예배를 스트리밍할 때를 제외하면 유튜브 계정에 탑재하는 모든 콘텐츠의 댓글창을 열어놓고 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예배를 중계할 때 댓글창이 의미를 띠려면 쌍방향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형교회의 특성상 이런 응대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시간 댓글창을 제외한 모든 댓글창을 개방한 탓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글이나 목회자들을 공격하는 댓글이 올라오곤 한다”며 “하지만 성도들이 자정 분위기를 만들면서 댓글창 분위기가 좋게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가 마주한 댓글창 딜레마

댓글창 운영 방침이 천차만별인 배경엔 한국교회가 처한 과도기적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장 예배에만 집중하던 교회들은 팬데믹 탓에 온라인 예배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은 상황인데 문제는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더라도 온라인 예배의 중요성이 여전할 거라는 점이다. 댓글이 갖는 순기능이 분명한 만큼 교회들이 댓글창 활용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의 사례도 눈여겨봄 직하다. 만나교회는 예배를 중계할 땐 실시간 채팅창을 운영하고, 목회자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 댓글이 자주 달리는 설교 관련 영상 댓글창은 막아놨으며, 여타 모든 콘텐츠 댓글창은 개방해놓고 있다. 그러면서 찬양 집회나 예배를 드릴 때는 교인들이 감상을 적거나 기도 제목을 적는 ‘댓글 이벤트’를 개최한다.

서울 꽃재교회(김성복 목사)는 새벽 예배에 실시간 채팅창을 적극 활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성복 목사는 “성도들이 댓글창을 통해 ‘출석 체크’를 하고 때로는 기도 제목을 올리기도 한다. 해외에 있는 성도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며 “댓글창은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만나교회 관계자는 “댓글창은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 만들어지는 소통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욕설을 하거나 광고는 하는 경우는 삭제하지만 교회를 향한 건전한 비판은 그대로 놔두는 편”이라며 “이런 비판을 하는 이들은 잠재적인 전도 대상자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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