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 언급 말라’…교육차관에 간 대통령실 쪽지 포착

국민일보

‘학제개편 언급 말라’…교육차관에 간 대통령실 쪽지 포착

국회 업무보고 중 차관에 쪽지 전달
野 “대통령비서관이 배후이자 컨트롤타워”
장 차관 “의견 형태로 전달받은 것 뿐”

입력 2022-08-09 15:36 수정 2022-08-09 16:12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9일 교육부 국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교육부 차관에게 전달한 쪽지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다. 이 쪽지에는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으로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논란 끝에 전날 자진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것이다.

그런데 테이블 위 장 차관의 손에 쥐어진 쪽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쪽지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날 박 부총리의 사퇴 등으로 일단락된 조기입학 학제 개편이 다시 소환되는 것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장 차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입학’ 정책과 관련된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거나 더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해당 쪽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교육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권 비서관이 차관에게 학제 개편을 언급하지 말라는 메모를 전달한 게 포착됐다”며 “이게 사실이면 컨트롤 타워로 대통령비서관들이 배후에 있고, 장 차관은 여기 와서 허수아비 노릇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국회 상임위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일개 비서관이 차관에게 이런 메모지를 전달하느냐”며 “교육위원장이 확인해달라.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소속인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장 차관에게 “보도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 차관은 “의견이나 메모를 전달받았다”면서도 “그거는 의견일 뿐, 제가 판단해서 답변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이 “어떻든 메모를 전달받았다는 건 장 차관도 시인한 것 같다”고 말하자, 장 차관은 “메모를 제가 직접 받은 건 아니다. 우리 직원이 메모 형태로 제게 참고자료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직원에게 메모를 줬겠느냐, 차관 주라고 메모를 줬겠지. 자꾸 말장난하지 마시라”고 질타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이 쪽지 사본을 제출받고 싶다”고 자료 요청을 하자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실과 (장관) 보좌관 간에 소통이 있을 수 있지 않으냐”고 반발하며 여야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그러나 “전례가 있다”면서 장 차관에게 쪽지 사본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장 차관은 유 위원장에게 사본을 제출하면서 “제가 (대통령실 쪽과) 소통할 기회가 없어 권 비서관의 의견을 김정연 정책기획관이 전달 받고, 이런 의견이 있었다는 걸 저에게 메모로 전달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업무보고라는 게 대통령실과 협의해 진행한 부분이기 때문에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답변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쪽지 사본을 전달받은 유 위원장은 “대통령실 비서관이 이런 쪽지를 보내는 게 그냥 의견 전달이냐. 이건 온당치 않고 이 문제와 관련해 권 비서관은 여기 의원과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