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기저귀, 부모가 버리세요” 일본 어린이집 근황

국민일보

“아이 기저귀, 부모가 버리세요” 일본 어린이집 근황

입력 2022-08-16 16:17 수정 2022-08-16 16:32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교토에 사는 A씨(43)는 두 살배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되면 A씨는 딸과 함께 아이가 하루종일 사용한 기저귀 서너개를 봉지에 담아서 집에 돌아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A씨는 딸이 쓴 기저귀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가디언은 16일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기저귀 테이크아웃’ 정책이 부모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괜히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아이가 사용한 기저귀를 처리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어린이집에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상하다. 내가 왜 기저귀를 집에 가져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마이니치신문에 전했다.

공립 보육시설에 기저귀를 공급하는 회사 ‘베이비 잡’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1461개 일본 지자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39%가 ‘기저귀 테이크 아웃’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49%는 관련 요구 사항이 없다고 전했으며, 11%는 ‘확실하지 않다’ ‘기타’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중 한 곳이라도 부모가 매일 사용한 기저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도록 한다면 ‘기저귀 테이크 아웃’ 정책이 있는 곳으로 분류했다.

‘기저귀 테이크 아웃’ 정책을 주로 시행하는 곳은 일본 서부에 있는 시가현으로 어린이집의 89%가 부모에게 아이가 사용한 기저귀를 집으로 가져갈 것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 쓴 기저귀를 집에 가져가라고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변으로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라는 답변이 43%로 가장 많았다. ‘지속적인 관행이거나 이유를 모른다’는 답변이 30%, ‘쓰레기 보관·수거가 어렵다’는 14%, ‘예산 부족’이 9%를 차지했다.

후쿠오카시 내 7개의 공립 어린이집도 부모가 자녀의 사용한 기저귀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베 유키노리 후쿠오카시 아동미래국장은 “이러한 관행은 천 기저귀를 쓸 때부터 이어져 왔다”면서 “이를 통해 보호자들은 아이들의 배변 횟수 등 건강 상태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지타 유이코 메이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저귀 테이크 아웃’ 정책이 보육에 대한 일본 사회의 구시대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정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과 그들의 배변을 돌보는 것은 어머니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비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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