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수 뜬장서 구한 백구, 또 쫓겨나는 사연 [개st하우스]

국민일보

개장수 뜬장서 구한 백구, 또 쫓겨나는 사연 [개st하우스]

입력 2022-08-27 09:05 수정 2022-08-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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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의 보호소 동물과공존하는당신(동공당)은 불법 개농장을 지역 주민의 힘으로 철거한 보기 드문 성공 사례이다. 최민석 기자

“저희 유기견 보호소는 원래 개장수 노인이 몰래 운영하던 불법 개농장이었어요. 개들에게 먹이는 음식쓰레기 냄새가 지독한 데다 굶주린 개들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닭과 흑염소까지 잡아먹어서 동네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어요. 보다 못한 청년들이 개농장을 보호소로 만들자고 했죠. 그때는 다들 환영하셨는데….”
-충남 당진 제보자 김미숙(53)씨-

제보자 미숙씨의 이웃 마을에는 20년 전부터 주민들을 괴롭힌 불법 개농장이 있었습니다. 굶주린 개들이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켜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거듭된 민원에도 시청과 면사무소는 “소유자가 있는 개이므로 포획할 수 없다”고만 할 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답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나섰습니다. 제보자 미숙씨를 비롯한 주민 8명이 불법개농장을 안전한 보호소로 바꾸기로 힘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주인을 설득해 개농장을 없애고 동물구조단체와 대기업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 ‘동물과공존하는당신’(동공당)이라는 이름의 동물입양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년. 개농장에서는 나왔지만 아직 입양을 가지 못한 동공당 18마리가 다시 쫓겨날 처지에 몰렸습니다. 동공당이 철거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미숙씨는 “동공당이 민가에서 1㎞나 떨어져 있음에도 철거 압박을 받고 있다.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축 습격하고, 썩은내 풍기는 개농장…젊은 주민들이 나섰다

제보자 미숙씨는 10년 전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충남 당진으로 이주한 귀농인입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꾸려가던 미숙씨는 2020년 가을, 옆동네의 지인으로부터 절박한 도움 요청을 받습니다.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개농장을 없애고 싶은데 손쓸 엄두가 나지 않으니 힘을 보태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렇게 미숙씨는 지인과 함께 생전 처음 개농장을 찾아갔습니다. 개농장 수십m 앞에 접근하자 인근 식당에서 수거한 음식쓰레기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배설물이 눌러붙은 뜬장에 40여 마리의 개들이 갇혀 있었습니다. 미숙씨는 “목줄이 풀린 10여마리 대형견들이 흑염소나 닭을 사냥해서 겁에 질린 주민들이 외출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지난 2020년 말 발견 당시 불법 개농장 모습. 개농장주는 수많은 법을 위반하면서 20년째 개를 키워 팔았다. 제보자 제공

농장주는 80대 할아버지로 20년간 개농장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에서 개농장을 운영했고(가축분뇨법 위반), 배설물을 정화하지 않고 버렸으며(하수도법), 개에게 비위생적인 음식쓰레기를 급여(폐기물관리법)하고 목줄을 채우지 않아 주민들을 위협(동물보호법)했습니다.

미숙씨는 “주민들이 수차례 신고했지만 지자체는 ‘주인있는 개들이라 대책이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개농장을 보호소로, 젊은 주민들이 나섰다

미숙씨는 30, 40대 젊은 주민들과 봉사단을 꾸려 개농장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대량 안락사로 이어지는 시보호소 신고 대신 동물도, 주민도 공존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불법 개농장을 안전한 동물보호소로 만드는 것이었죠. 먼저 농장주를 설득해 개농장과 45마리의 개를 사들인 뒤 그 자리에 합법적인 보호소를 세우고 주민 협업으로 운영하는 방안이었습니다.

주민들도 봉사단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과 포스코건설에서 6000만원 상당의 건설 자재와 인력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개농장주는 45마리 몸값으로 현금 50만원을 요구했고, 돈을 받자마자 마을을 떠났습니다.

불법개농장을 부수고 그 자리에 동공당 동물입양센터가 세워지는 과정. 제보자 제공

지난해 1월 마침내 보호소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동자연은 개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고, 건설팀은 뜬장을 부순 뒤 오염된 흙을 파내고 깨끗한 모래를 덮었습니다. 4월이 되자 45마리 개들이 지낼 수 있는 개별 견사가 완성되고, 보호소 외벽에는 푸른 하늘 아래 환하게 웃는 진돗개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동공당 보호소가 완성된 겁니다.

지난 2년간 동공당 보호소는 구조한 45마리 가운데 27마리를 입양 보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길러진 15㎏ 이상의 대형견이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과입니다.

시민 안전 위협하는 불법 개농장…정부는 나몰라라

사실 동공당 보호소는 개농장 문제를 해결한, 이례적일 만큼 드문 성공사례입니다. 불법 개농장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숙제입니다. 동물단체 추산 전국에는 약 1000여 곳의 불법 개농장이 있어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을 위협합니다. 노력 끝에 개농장을 적발해 철거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개농장을 철거할 경우 남은 개들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개들이 식용으로 팔려가는 상황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습니다.

불법 개농장 규제를 담당한 농식품부의 담당자는 “개고기를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맞다”면서도 “개는 농장주의 소유물이다. 개농장을 폐쇄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농장주 스스로 처분하도록 둔다”고 말했습니다.

동공당 사례가 그랬듯 결국 책임은 주민과 동물단체에 떠넘겨집니다. 동자연 채일택 정책팀장은 “지방정부는 개농장 대응에 있어 전적으로 동물단체의 도움에 의존한다”며 “발견된 개들은 대부분 동물단체가 수용하고 지자체 보호소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합니다.

동공당 보호소에서 지내는 18마리의 개들. 1년여 돌봄으로 사회성이 우수하지만, 15kg이 넘는 덩치로 인해 입양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훈 기자

그나마 개농장 해결의 모범사례였던 동공당은 2년이 흐른 지금, 이제 철거 압박을 받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개농장을 철거한 동공단 봉사단은 18마리의 남은 개들과 함께 마을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숙씨는 “정부도 외면한 문제를 나서서 해결할 때만 해도 환영받았는데 이제는 마을을 떠나라고 하셔서 눈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놓습니다.

“이 아이만큼은 입양 자격 있어요”…준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달 26일, 국민일보는 충남 당진의 동공당 보호소를 방문했습니다. 깨끗하게 청소된 견사문을 열자 18마리의 개들이 취재진을 반기더군요. 하지만 18마리의 개 대부분은 몸무게 12㎏이 넘는 진도 믹스견들이었습니다. 시보호소에 입소한다면 입양 가능성이 없어 안락사 대상이 될 겁니다. 미숙씨는 “만일 동공당에서 쫓겨나도 이 아이들을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동료들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말합니다.

"우리 보호소의 류준열 배우랍니다" 사회성이 좋은 2살 진도 준이의 모습. 최민석 기자

다만 미숙씨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렇지만 이 한 마리만큼은 정말 입양 갈 자격이 충분하다. 잘생긴 데다 사회성이 좋고 사람을 잘 따른다”며 2살 진돗개 준이를 추천했습니다. 이름 준이는 잘생긴 눈매가 배우 류준열씨를 닮아 지어준 별명이라고 합니다.

준이의 입양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11년차 유기견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습니다. 준이는 16㎏으로 덩치가 큰 편이지만 산책시 줄당김이 없더군요. 훈련사의 발구령에 맞춰 걷고 서기를 반복하며 호흡을 곧잘 맞췄습니다. 주변 개들이 작은 다툼을 일으켜도 맞대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 등 의연한 성격이었습니다.

다만 캔넬(이동장)에 탑승하는 것을 무서워했습니다. 장거리 이동 시 대형견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므로 해외 및 국내입양을 기다리는 견공에게는 캔넬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미애쌤은 준이에게 캔넬 적응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뚜껑을 제거한 캔넬 내부에 간식을 뿌려주고 푹신한 담요를 덮은 캔넬을 준이의 개별견사에 넣어 주었습니다. 미애쌤은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캔넬 교육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미숙씨에게 당부했습니다.

2살 준이의 행동교육 모습. 산책시 보호자와 속도를 맞추는 데에는 능숙했지만, 이동장(캔넬)을 무서워했다. 우선 덮개를 제거한 캔넬에서 휴식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후 덮개를 씌운 캔넬에 최종 적응하면 된다. 최민석 기자

한 달 뒤 미숙씨가 보내준 영상 속 준이는 캔넬 안에서 간식을 먹고 낮잠도 자더군요. 준이가 언젠가 입양자의 품에 안기는데 캔넬 교육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준이의 입양자를 모집합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잘생긴 2살 진도, 준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체중 16㎏, 2살 수컷 (중성화 완료)
✔입질이나 공격성 없음. 산책시 발걸음을 맞춤
✔침착하며 보호자 손길을 즐김

*준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96번째 견공입니다 (79마리 입양 완료)
준이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인스타그램 dgd.dangjin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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