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 문신 베드로·새싹 든 아이… 토베이, 파인아트 작가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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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 문신 베드로·새싹 든 아이… 토베이, 파인아트 작가된 이유

컴패션 후원 아동 오마쥬…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전시

입력 2022-08-30 18:15 수정 2022-08-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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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이의 아트토이 작품 ‘the ROCK’은 성경 속 베드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했다. 닭과 세 개의 ‘×’로 표현된 팔뚝 문신, 물고기 눈에 새겨진 영어 ‘MEN’은 베드로를 설명한다. 서윤경 기자

구리빛 얼굴, 하얀 수염의 남자가 붉은 색 비니에 노란색 멜빵 작업복 차림으로 한 손엔 열쇠 꾸러미, 다른 한 손엔 물고기를 들고 있다. 하늘색 물고기 양 눈엔 사람, 인류를 뜻하는 한자(人)와 영어(MEN)이 쓰여 있다. 이 남성 표정도 험상궂은데 팔뚝엔 문신도 있다. 문신 문양이 독특하다. 닭과 세 개의 ‘×’다. 뒤집힌 십자가 목걸이도 눈길을 끈다.

약간은 익살맞아 보이는 데다 색상마저 화려해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조각상 이름은 ‘the ROCK’이다. 유명 아트토이 작가인 토베이(tOBEY)의 작품이다.

토베이는 “설명 없이 캐릭터만 봐도 베드로인 걸 알 수 있다. 모나고 다혈질임에도 최고의 제자가 된 베드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도록 현대 감각에 맞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트토이 작가에서 순수미술작가로 변신한 토베이는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토베이가 지난 25일 자신의 파인아트 작품인 조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베드로를 아트토이 작품으로 구현하던 토베이는 최근 파인아트 작가로 변신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은 아트토이 작가에서 순수미술작가로 나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변신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 25일 갤러리에서 토베이를 만났다. 작가의 활동 방침에 따라 본명과 나이는 비공개로 했다.

새싹 든 아이, 순수미술이 되다
토베이는 파인아트 작가로의 전향을 결심한 이유로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12년부터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가나의 코피라는 소년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공대를 나와 사업을 하던 때였다. 작가의 삶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다 어려움이 왔다. 사업은 생각처럼 안 됐고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왔다.

“힘든 상황에서 막연히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잘 되면 후원하겠다는 것보다 힘들 때 후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NGO를 찾다가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을 전한다’는 컴패션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후원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미래도 고민했다.
토베이는 “사업이 안 되는 원인을 찾던 중 재미있게, 흥미롭게 여기던 게 뭘까 생각했다. 거슬러 올라가니 어릴 때 그림을 그리고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걸 즐겨하던 게 떠올랐다”면서 “미술 비전공자인데다 늦게 시작한 만큼 벽을 느끼기는 했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시작은 아트토이 작가였다. 합성수지인 레진으로 아트토이를 만들었고 팬층이 두터운 유명 아트토이 작가가 됐다. 2016년 대만TTF(타이베이토이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후 중국 베이징토이쇼과 상하이토이쇼 등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아트토이 전문사이트인 토이크로니클에서 선정한 ‘올해의 토이’에 그의 작품이 선정되기도 했다. 바로 첫 후원 아동인 코피를 오마쥬한 ‘차일드 코피(Child Kopi)’였다.

2017년 아트토이 전문사이트 토이크로니클의 ‘올해의 토이’에 선정된 토베이의 ‘차일드 코피’는 그의 컴패션 첫 후원 아동인 코피를 오마쥬했다. 이 작품은 토베이의 ‘빈곤으로부터의 해방’ 캠페인을 세상에 알리는 힘이 됐고 파인아트 작가로 나서게 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는 “한 장의 사진으로 만났는데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재미있었다”며 “표정은 익살맞았고 사진에 잘 찍히고 싶어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좋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토베이가 작가가 되기 전부터 펼쳐온 ‘빈곤으로부터의 해방’(Freedom From Poverty·FFP) 캠페인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파인아트 작가로 나서게 했다.

케이리즈갤러리 김현정 대표는 “코피의 눈동자를 보는데 ‘나를 데려가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희망을 바라보는 듯 했다”며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마음으로 경험한 듯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토베이를 만나 파인아트를 권유했다. 김 대표는 “아트토이는 상업적이라 창작의 한계가 많다. FFP 캠페인을 지속하려면 파인아트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는데 답을 받는 데 3년 걸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첫 전시 모델은 지금은 6명이 된 후원 아동이었다. 갤러리에선 코피와 함께 탄자니아의 조이스, 필리핀의 아토이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토베이는 파인아트 작가가 된 뒤 컴패션 후원 아동인 탄자니아의 조이스(왼쪽), 필리핀의 아토이를 모델로 작품을 만들었다. 소재는 동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소재는 레진에서 동(銅)으로 바꿨다. 소재가 달라지니 선의 표현이나 색상의 사용, 크기는 달라졌다. 하지만 아트토이를 하며 쌓아온 토베이의 상징은 그대로 담겼다. 작품 안에 메시지를 담는 작업도 놓치지 않았다.

아트토이 작품인 베드로가 팔뚝 문신, 뒤집힌 십자가 목걸이 등으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면 파인아트 작품인 조이스와 아토이가 주는 메시지는 은유에 가깝다.

황금색 유선형 기둥에 의지한 아토이와 조이스는 편안한 표정으로 새싹을 틔운 화분을 들고 있다. 기둥의 끝엔 하트와 눈동자가 새겨져 있다. 눈을 강조하던 코피와 달리 아토이와 조이스는 소망에 가까운 표정으로 표현했다.

은(銀) 등을 동과 섞어 발생하는 자연 화학 반응으로 채색도 했다. 조이스는 재색, 아토이는 푸른색이다.
토베이는 “유선형 기둥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에너지다. 기둥 끝 하트는 어른들의 사랑, 눈동자는 어른들의 관심”라며 “새싹은 어른들의 에너지를 받아 아이들이 희망을 싹 틔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베이의 파인아트 작품 모델은 컴패션 후원 아동인 조이스와 아토이다. 작품엔 메시지를 담았다. 어른들이 주는 에너지를 표현한 유선형 기둥엔 관심을 뜻하는 눈동자(오른쪽)를 새겼고 아이의 표정은 소망을 말했다. 소재는 동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1년간의 작업 과정은 익숙지 않은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아트토이는 레진으로 만든 분절된 조각을 조립하면 되지만 동을 활용한 파인아트 작품은 디자인을 하고 주형을 만들어 용해한 금속을 주입해 주물을 만드는 주조작업을 거쳐야 했다.

“디자인만 3개월 걸리고 주조작업까지 하면 6개월 이상 걸렸어요. 주조방식이 생소한 데다 레진과 달리 디자인의 디테일을 표현하지 못해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타협점을 찾았어요.”

각 작품마다 다섯 개만 만들었고 판화나 사진처럼 고유 번호도 붙였다.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솔드아웃 된 건 조이스”라고 했다. 한국은 물론 네덜란드 필리핀 등 구매자 국적도 다양했다. 콜렉터들은 작품에 담긴 의미를 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구매하면서 나도 아이들을 후원하게 된 셈”이라고. 갤러리도 토베이가 개인전을 할 때마다 컴패션을 통해 1대 1 결연 후원할 계획이다.

토베이도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도 함께 후원에 동참하는 선행의 선순환이 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토베이는 전시 일정도 꽉 채웠다. 내년까지 미국 마이애미와 네덜란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열거나 아트페어에 참여한다.

작품의 힘, 신앙이었다
아트토이 작가에서 순수미술작가로 전향한 토베이가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활동명인 토베이는 ‘순종하다(obey)’는 뜻의 영어 단어 앞에 십자가 형상인 소문자 ‘t’를 붙여 ‘십자가에 순종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모태신앙인 토베이는 중학생 때부터 교회를 멀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토베이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를 어려워 하는데 교회는 늘 함께하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멀리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교회에 가지 않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다 신앙을 붙잡게 된 건 대학 졸업 후 사업을 하며 힘겨운 시간을 지낼 때다.
“벼랑 끝이라는 느낌이 들어 찾아간 곳이 교회였어요. 처음 나온 기도는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 뜻대로 하세요’라는 고백으로 이어졌죠. 하나님께 맡기니 삶 자체가 달라졌어요.”

이후 작가의 길을 걷게 되면서 활동명으로 지은 토베이에도 깊은 의미를 담았다. ‘순종하다(obey)’는 뜻의 영어 단어 앞에 십자가 형상인 소문자 ‘t’를 붙였다. 그렇게 ‘십자가에 순종하다’는 의미를 지닌 토베이가 됐다.

후원아동이 성장하면서 토베이는 다음 작품 계획까지 세웠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돼 또 다시 희망을 싹 틔우는 에너지를 주는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새싹이 나무가 되는 모습을 작품으로 담는 게 다음 계획이에요.”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열린 토베이의 첫 개인전은 찾는 사람이 많아 전시일정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31일까지 예정됐던 그의 전시는 찾는 사람이 많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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