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尹 ‘비속어 논란’에 “바이든이나 미국 거론한 것 아냐”

국민일보

대통령실, 尹 ‘비속어 논란’에 “바이든이나 미국 거론한 것 아냐”

입력 2022-09-23 00:16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며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주장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예산을)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은 미국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한국 의회, 구체적으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셈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뉴욕에서 브리핑을 갖고 “21일 열린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회의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캐나다, 일본, 프랑스, 한국 등이 저개발 국가 질병 퇴치를 위한 재정기여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며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고 운을 뗐다.

김 수석은 이어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이에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뉴욕 시내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글로벌펀드 기여금과 관련해 미 의회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애초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참사’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 주장은 윤 대통령이 당시 박 장관등 주변 참모들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1억 달러 공여를) 승인 안 해주고 (예산을)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재정공약 회의에서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는데, 이를 민주당이 반대해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는 얘기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수석은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그러나 한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은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수용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하기 전, 발언의 직접 당사자인 윤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 수석은 “바이든이나 미국을 거론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 말씀을 직접 한 분에게 확인하지 않고는 자신 있게 드리지 못하죠”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에서 상대국 의회와 대통령을 조롱한 ‘외교 참사’는 피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뉴욕=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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