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보육원 출신 대학생, 숨은 ‘1165만원’ 몰랐다

국민일보

숨진 보육원 출신 대학생, 숨은 ‘1165만원’ 몰랐다

광주서 극단적 선택한 보육원 출신 대학생
‘디딤씨앗 통장’ 1165만원 찾아가지 않아
전국 대상자 4.5만명, 미출금액 1814억원

입력 2022-09-25 18:18 수정 2022-09-26 05:56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육원에서 나온 후 금전 고민을 하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새내기 대학생이 정부 지원금 1165만원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이던 A군(18)은 지난달 21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대학교 건물 주변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A군의 ‘디딤씨앗 통장’에는 적립금과 매칭 금액을 합해 총 1165만5311원이 남아 있었다.

디딤씨앗 통장은 보호대상아동 또는 기초생활가정 내 아동이 사회 진출에 필요한 초기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통장에 매달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입금 금액 2배(월 최대 10만 원)를 지원한다. 만기인 만 18세부터는 학자금 지원, 주거비용 마련 등을 위해 모아둔 금액을 찾아갈 수 있다. 만 24세 이상이면 아무런 조건 없이 출금이 가능하다.

A군은 2009년 3월부터 디딤씨앗 통장을 이용했다. 이렇게 정부 지원금이 더해져 13년간 모은 금액은 1165만5311원이다. 하지만 그는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금전적 고민을 토로하면서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원을 나올 때 받은 지원금 약 700만원은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이 지원금을 찾아가지 않은 이유는 디딤씨앗 통장의 존재를 몰랐거나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A군 외에도 많은 이들이 디딤씨앗 통장에서 적립금을 출금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디딤씨앗 통장사업에 참여한 전국 대상자 4만5217명이 찾아가지 않은 적립 금액은 1813억9500만원에 달한다. 해당 금액 중 정부 지원 규모는 683억6600만원이다.

A군에 이어 지난달 22일 자신이 거주하던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B양(19)의 디딤씨앗 통장에도 560만7000원이 남아 있었다. B양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사는 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었다. 숨지기 직전에는 가깝게 지내던 이성 친구의 사망에 충격을 받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디딤씨앗 통장의 사용 방식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장 명의가 아동이 아닌, 지자체로 되어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출금하려면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 승인을 얻은 후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을 해야 한다.

한 의원은 각종 증빙 서류 지참 등 복잡한 절차 탓에 출금이 쉽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그는 “대상자들이 스스로 모은 돈이지만 잘못된 행정 절차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고 있다”며 “통장이 지자체 명의로 만들어지고 있는 점은 금융실명제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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