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0원 족발 폐기 전 먹은 알바생, 항소까지 했던 검찰

국민일보

5900원 족발 폐기 전 먹은 알바생, 항소까지 했던 검찰

지난 6월 1심 무죄 판결 이후 검찰 항소
“가혹하다” 논란도…시민위 “항소 취하가 적정”
서울중앙지검, 결국 항소 취하 결정

입력 2022-09-26 17:59 수정 2022-09-26 18:01
반반족발. GS25페이스북 캡처

5900원짜리 족발을 폐기 전 먹었다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편의점 종업원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취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편의점 종업원 A씨(41·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냈던 항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5900원짜리 ‘반반족발’을 임의로 먹은 혐의를 받았다.

편의점 지침상 족발 같은 냉장식품은 오후 11시30분이 지나야 폐기상품이 된다.

그런데 A씨는 족발의 폐기 시간을 도시락과 같은 오후 7시30분으로 착각해 판매 불가 상품으로 알고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편의점주는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A씨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2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약식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횡령할 의도가 없었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A씨에게 횡령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지난 6월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아르바이트 근무 일수가 5일에 불과했는데 5일간 편의점에서 15만원 상당 상품들을 구매한 기록이 있는 점도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편의점 상품을 본인 돈으로 구매했던 A씨가 5900원 족발세트만 고의로 횡령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A씨에게는 범죄 전력도 없었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같은 달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 항소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최근 해당 사건을 다시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결국 지난 22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항소 취하 여부를 논의했다.

시민 위원들은 5900원이라는 피해에 비춰 A씨가 겪은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를 취하하고 재판을 종결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편의점주가 A씨와 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등 이 사건이 임금 문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은 “시민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정의와 형평 등을 고려해 항소를 취하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업무처리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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