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츄, 치와와, 불도그 기르면 불법이라고? [개st상식]

국민일보

시츄, 치와와, 불도그 기르면 불법이라고? [개st상식]

단두종 번식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2-10-02 09:03
외모는 귀엽지만, 퍼그의 납작한 얼굴은 근친교배의 결과물이다. 작아진 두개골에 눈, 호흡기, 뇌 등 각종 장기를 밀어넣다보니 선천적으로 질환에 시달린다.

둥근 얼굴에 납작한 코를 달고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 다녀 많은 귀여움을 받는 견종이 있습니다. 시츄, 치와와, 불도그, 패키니즈처럼 납작한 얼굴을 한 개들인데요. 묶어서 단두종(flat faced dog)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단두종을 기르는 행위가 세계적으로 점차 금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노르웨이 법원은 대표적 단두종인 불도그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파니엘을 근친교배시키는 행위를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판단해 금지시켰습니다. 이어 6월 영국 왕립수의과대학에서는 단두종 개의 입양을 중단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캐나다와 호주 수의사협회 또한 단두종 개의 번식 금지를 법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단두종 개의 번식과 입양을 만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귀여운 외모에 가려진 단두종 개의 슬픈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작은 두개골에 눈·코·입 몰려…단두종은 괴롭다

지난 5월,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연구진은 영국 내 퍼그들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앓는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이 퍼그 4000마리와 다른 견종 2만 마리의 건강을 비교한 결과, 퍼그들은 다른 견종에 비해 각막염, 호흡곤란 같은 질환을 앓을 위험성이 2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건강 측면에서 보자면 퍼그는 정상적인 개로 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단두종이 앓는 질환은 눈, 코, 두뇌 등 머리 부위에 집중돼 있습니다. 가장 흔한 질환인 단두종 호흡기 폐쇄 증후군(BOAS)을 비롯해 안구질환(안구탈출, 각막궤양, 안구건조증), 뇌 질환(뇌수막염, 뇌종양)도 있죠.

단두종 보스턴테리어는 혓바닥을 자주 내밀고 있다. 작아진 두개골에 비해 커다란 혓바닥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패키니즈는 단두종 중에서도 두개골이 유독 작다. 이로 인해 안구, 호흡기, 두뇌 질환에 더욱 취약하다.

아이들이 이런 질환에 시달리는 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두상 탓입니다. 단두종들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근친교배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두개골은 작아지지만 나머지 내부 기관의 크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비유하자면 작은 상자에 커다란 과일을 억지로 밀어 넣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담긴 과일이 짓이겨지듯 단두종의 두개골 내 기관들은 심한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단두종 개들은 심지어 숨을 쉬는 것도 불편해합니다. 호흡기 통로가 항상 다른 기관에 눌려 있기 때문이죠.

불도그, 샤페이 등의 얼굴에 잔뜩 잡힌 귀여운 주름의 이유도 알고 보면 너무 슬픕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주름이 아니라 두개골 크기가 작아서 피부가 구겨진 것이거든요. 이렇게 접힌 주름에 세균이 번식해서 단두종들은 가려움증, 염증 같은 피부질환에 흔하게 시달립니다.

노르웨이선 “단두종 근친교배는 동물학대”…사실상 판매금지

불도그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파니얼의 근친교배가 일종의 동물학대 행위라는 노르웨이 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나왔습니다. 단두종의 경우 근친교배가 아니면 그 외모를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이번 판결은 번식업자들이 두 견종을 판매하지 못하게 제동을 건 셈입니다.

노르웨이에서 근친교배가 금지된 견종 중 하나인 카발리에 킹 찰스파니엘(Cavalier King Charles Spaniel)

소송을 제기한 노르웨이 동물보호협회(NSPA) 대표 오실드 로알셋 수의학 박사는 “최근 노르웨이에서 단두종의 동물등록 건수가 17년 전에 비해 28배나 늘어났다”며 “단두종을 번식시키는 것은 인류의 오랜 친구인 개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이번 소송에서는 불도그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두 종의 교배만 금지됐지만 협회의 목표는 시츄, 패키니즈 등 다른 단두종의 번식도 막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단두종 반려견을 기르는 것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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