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 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현역 군인이 구속돼 군사법원 재판을 앞둔 가운데 피해 여성은 여전히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4일 MBC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새벽 경기도 파주의 한 군인아파트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육군 상사인 전남편 A씨의 집을 찾은 30대 여성 김모씨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신장 등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김씨는 전남편이 자녀들과 만나는 면접교섭일이어서 A씨의 집을 방문했다. 두 아이가 잠든 뒤 재결합을 요구한 A씨는 김씨가 이를 거절하자 구타와 성폭행을 저질렀다. A씨는 극단적인 살해 위협과 함께 “감옥에 가더라도 반드시 나와서 보복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김씨가 공개한 당시 녹취에는 “신고해서 교도소 가잖아? 나오면 반드시 죽인다. 그거 아나. 범죄자도 친자는 주소 조회가 되더라”라는 A씨의 음성이 담겼다.
아파트 내부 CCTV에는 A씨가 아이를 재우러 방을 나간 틈을 타 필사적으로 도망친 김씨의 모습이 찍혔다. 김씨는 1층 현관으로 뛰어나갔으나 이내 붙잡혀 끌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도 김씨는 손잡이를 붙잡고 버텼지만 A씨의 힘에 못 이겨 질질 끌려나갔다.
김씨의 비명을 들은 옆집 부부가 나와 경찰에 신고하고 A씨를 진정시켰지만 A씨는 순식간에 다시 집으로 들어와 흉기로 김씨의 몸을 수차례 찔렀다. 김씨는 생명은 건졌지만 신장 등이 심하게 파열돼 수술만 네 차례 받았다.
김씨는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내가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죽는구나, 얘한테 죽는구나 생각이 들어 좀 많이 슬펐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그는 영정사진을 찍어둘 정도로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한편 군 검찰은 피해자인 김씨를 한 번도 대면조사하지 않은 채 A씨를 기소했고, 김씨에게는 재판 일정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 중인 김씨가 장시간 진술하기 어려워 김씨의 진술서 등을 통해 수사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그사이 A씨의 군 동료들은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향후 김씨에게 공판기일 등 필요한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김씨의 의사에 따라 국선 변호사를 선정해 충분한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