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범인가…‘102kg 아들 살해한 노모’ 사건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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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범인가…‘102kg 아들 살해한 노모’ 사건 재수사

‘아들 살해 자백한 노모’ …대법, 자백 인정 않고 무죄 선고
인천경찰청장 “현재 범인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태…재수사한다”

입력 2022-10-06 15:26 수정 2022-10-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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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이 넘는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70대 노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당시 이 노모는 아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재판부는 왜소한 노모가 거구의 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자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영상 인천경찰청장은 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무죄 판결로) 현재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태다. 추가 단서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수사를 하는 건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최초 수사를 한 해당) 경찰서가 해야 한다. 재수사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 해 무죄가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실내에서 (사건이) 발생해 진술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수사가 미진했다”고 인정했다.

앞서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8·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해 8월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4월 20일 0시3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집에서 함께 살던 아들 B씨(50)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때린 뒤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풀려났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A씨와 B씨는 2012년부터 A씨 딸의 집에 들어와 함께 생활해 왔다. 숨진 B씨는 2019년 4~6월 사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숨진 날 A씨는 “아들이 술을 마시고 속을 썩여 목을 졸랐더니 숨진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다.

B씨의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약 1년 전 일을 그만두고 술을 많이 마셔 괴로웠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까 걱정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

또 1심 재판 당시에는 최후진술에서 “(아들이) 희망도 없고 하는 꼴이 너무 불쌍해서, 술만 마시면 쭈그리고 앉아서 제정신이 없고, 불쌍해서 그랬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초 진술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여러 의심 정황을 제기하며 자신이 범인이라는 A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장에 제3자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 A씨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려 한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그의 자백과 딸의 진술뿐”이라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했더라도 법원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만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제3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이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수건으로 고령인 피고인이 키 173.5㎝에 몸무게 102㎏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에서 여성 실무관에게 수건으로 목을 조여보라고 했는데 피가 안 통하긴 했지만 아무리 해도 숨은 쉬어졌고 불편한 정도였다”고 했다.

가로 40㎝, 세로 75㎝ 크기의 수건으로 고령인 A씨가 키 173.5㎝, 몸무게 102㎏인 B씨 목을 졸라 살해할 수 있는지가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숨질 당시 B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반항하지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부검 감정 결과 피해자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2%로 확인됐다.

A씨에게 20년을 구형한 검찰은 이후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할 수도 있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결론 지었다. 그러면서 “A씨에게는 ‘내가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법원이 안 믿어주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딸을 의심하는 게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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