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개물림 1년…사라진 농장개들 찾아낸 시민 [개st하우스]

국민일보

남양주 개물림 1년…사라진 농장개들 찾아낸 시민 [개st하우스]

사건 후 농장주 처벌받고 개농장 철거됐지만 개들은 구조 못해
끝까지 설득해 개들 찾아낸 뒤 수천만원 빚 내가며 구조·보호

입력 2022-11-12 00:05 수정 2022-11-12 00:05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1년 전 남양주 개물림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대형견(왼쪽)은 인근 개농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의 초점이 견주 처벌에 맞춰진 사이, 40여마리 농장개들은 다시 불법개농장에 팔려갔다. 뉴시스 및 동물권행동 카라

“1년 전 개농장을 탈출한 개가 사람을 물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어요. 여러 언론이 보도하고 남양주 시장도 개농장을 방문할 만큼 큰 이슈가 됐는데요. 다들 농장주 처벌에만 관심을 가졌지 정작 개농장에 방치된 40여 마리에는 무관심했어요. 가엾게도 대다수가 또 다른 개농장에 끌려갔거든요. 수소문 끝에 그 애들을 찾아냈습니다.”
-제보자 박민주(가명)씨

비좁은 철창에 갇혀 음식쓰레기를 먹는 불법 개농장 개들의 처지는 비참합니다. 운 좋게 구조된 몇몇이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행운을 얻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방치됩니다. 수십 마리나 되는 개들을 구조하고 관리하는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개농장 구조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유기·학대동물의 보호 의무가 있는 지자체도 개농장을 철거하는데만 급급할 뿐 개들을 돌보는 책임은 외면하거나 시민단체에 떠넘기는 형국이죠.

하지만 어려운 개농장 구조에 뛰어든 개인이 있습니다. 제보자 민주씨입니다. 민주씨는 동물단체와 봉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남양주 사건 후 방치됐던 개들을 구조하고 돌본 뒤 상당수를 국내외 가정으로 인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았다고 합니다. 민주씨는 “경험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지만 나라도 나서야한다는 마음으로 구조에 나섰던 것”이라며 “지금은 4마리가 남았는데 꼭 좋은 가족을 찾아주고 싶다”며 사연을 알렸습니다.



남양주 개물림 사건, 방치된 개농장개들

지난해 5월 직장인 민주씨는 뉴스를 통해 남양주 개물림 사망 사건을 접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산책로를 걷던 50대 여성이 대형견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문제의 개는 사건 현장 인근의 불법 개농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농장에 수용된 40여 마리 중 상당수는 개농장주(69)가 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 형식으로 받아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죠. 계속 혐의를 부인했던 개 농장주는 지난 10일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개농장주는 문제의 대형견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소의 공지에는 온순한 성격으로 소개됐으나, 개농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며 공격성을 기른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하지만 책임자 처벌에 이목이 쏠린 와중에 개농장 40여 마리의 행방은 묘연해졌습니다. 사건 1주일 만에 현장서 철창째 사라져버렸다는 강아지들. 그 많은 아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알고 보니 개 농장주는 개들을 1주일 만에 다른 개농장으로 빼돌렸습니다. 농장주가 행방을 밝히기를 거부해 언론도, 동물단체도 개들의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현행 동물보호법(동보법) 등에 따르면 관할 지자체는 불법 개농장을 적발할 경우 크게 시설물과 수용된 개로 나누어 대응합니다. 먼저 불법 시설물인 철창, 가건물 등에는 기한 내 철거 명령을 내립니다. 반면 개들은 소유권자인 개농장주에게 돌려줍니다. 지자체에는 열악한 사육환경 혹은 학대·방치 현장의 동물을 긴급 격리할 의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대·방치 상황에 대한 판단입니다. 지자체 대부분은 개들이 뜬장에 갇혀 음식쓰레기를 급여받는 상황을 학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긴급 격리 의무도 지지 않는 것이죠. 농장주는 돌려받은 개를 또 다른 개농장에 처분하고, 결국 불법 개농장은 장소만 달라진 채 철거와 건설이 반복됩니다.

사건의 원인이 된 남양주의 불법 개농장. 당시 현장에는 40마리의 개가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사건 1주일 뒤 개농장주가 몰래 처분해 모두 현장에서 사라졌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A동물단체 관계자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시에서는 (개농장 개들을) 피학대동물로 판단하지 않으니 긴급 격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동물단체가 개농장주를 설득해 개들을 데려가라고 했다”면서 “개농장주가 빼돌리기 전에 상태가 위독하거나 임신 중인 성견 4마리만 겨우 인계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지자체가 적발한 개농장 100여 곳을 구조한 김나미 세이브코리언독스 대표는 “12년을 활동하면서 총 4300여 마리를 구조했지만 지자체가 협력한 경우는 단 두 번뿐이었다. 우리 단체의 직영보호소는 포화상태여서 당분간 구조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죠. 사라진 개들을 끝까지 추적한 것은 제보자 민주씨였습니다. 민주씨는 “수많은 언론이 개농장을 취재하고 남양주 시장까지 개농장을 찾아와도 개들은 구조되지 못했다. 너무 가엾고 안타까워 나서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민주씨는 개인 구조자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9월, 개농장주가 처분한 개들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개 농장주 지인이 운영하는 또 다른 불법 개농장이었습니다. 민주씨가 현장에 도착하니 성견들은 이미 사라졌고 남은 건 29마리의 어린 강아지뿐이었습니다.

구조자의 헌신으로…농장개들의 견생역전

민주씨는 수십 마리의 개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트럭 및 이동장을 구하고 보호공간을 마련하는 등 구조 준비를 마쳤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봉사자10여명과 B동물단체가 힘을 빌려준 덕이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개 농장주와의 협상. 그는 개들의 몸값을 요구했고, 민주씨는 수백만 원을 건네야 했습니다.

교섭을 마치고 구조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철창에 갇히거나 짧은 줄에 묶인 29마리의 개들이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10여개의 이동장에 옮겨졌습니다. 공격성 없는 성견이거나 4~5개월 남짓한 강아지여서 작업은 순조로웠습니다. 봉사자 중에는 수의사도 있어 전염병 검사와 기초 예방접종까지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9월 제보자와 10여명 봉사자 및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남양주 개농장을 구조하는 모습. 제보자 제공

29마리나 되는 강아지를 개인이 홀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12마리는 B동물단체가 데려가고 민주씨는 17마리를 돌보기로 했죠. 17마리 견공은 인천, 경기도 화성 등 위탁보호소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1년. 개농장에서 생을 마감할 뻔했던 강아지들은 무럭무럭 자라 17마리 가운데 13마리가 해외에 입양되거나 안정된 임시보호처에서 새로운 견생을 살고 있습니다. 나머지 4마리는 위탁 보호를 받으며 가족을 기다립니다.

개들의 삶은 나아졌지만 그 사이 민주씨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돌봄 과정에서 발생한 위탁비와 동물병원 진료비로 수천만 원의 빚을 졌고, 생업 외 시간에는 쉼터로 달려가 개를 돌보느라 휴일 없는 1년을 보냈습니다. 민주씨는 “친구와 가족들은 모든 개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걱정했지만 어느덧 4마리만 남았다”며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은 ‘입양만 가면 진짜 행복하게 살 녀석들’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잘 돌봤다”고 자신했습니다.

개농장에서 반려견으로…4마리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달 26일과 29일, 국민일보는 민주씨가 돌보는 4마리의 견공을 만났습니다. 현장에는 입양적합도를 평가할 11년차 유기견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습니다.

먼저 지난달 26일에는 서울의 한 애견유치원에서 진도 믹스견 찰스와 페퍼를 만났습니다. 찰스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연상케 하는 갈색 털을 두른 의젓한 견공입니다. 녀석은 인솔자의 발 구령에 맞춰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산책 예절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페퍼의 외모는 골든 리트리버를 쏙 닮았더군요. 촬영 내내 궁둥이를 내미는 애교로 행동전문가를 미소짓게 했습니다.

진도 믹스견 찰스와 페퍼 모습. 시베리안 허스키를 닮은 찰스는 차분하고, 골든 리트리버를 닮은 페퍼는 애교가 많은 편이다. 최민석 기자

다음으로는 경기도 화성의 위탁보호소에서 지내는 크리스와 미카를 방문했습니다. 크리스는 8㎏ 남짓한 소형견으로 보호자와 애착이 강한 성격이었습니다. 낯선 사람의 접근에 긴장하는 모습이더군요. 미애쌤은 해법으로 인사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보호자가 먼저 타인과 가벼운 악수를 교환해 안전함을 보여준 뒤 크리스에게 인사를 권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을 10분간 반복하자 크리스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고 간식을 받아먹는 등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미카는 하얀 가슴털이 반달곰을 빼닮은 검은 진돗개로 뛰어난 학습력을 자랑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달려와 두 발로 서서 기대어 반가움을 드러내고는 했는데 14㎏의 견공에겐 부담스러운 애교입니다. 이에 미애쌤은 반가운 사람 곁에 엎드리는 방식을 가르쳤습니다. 두 발로 기대면 무시하고, 곁에 앉거나 엎드리면 칭찬했죠. 그런데 미카는 겨우 5회 반복 만에 예전 습관을 고치는데 성공하더군요. 미애쌤은 “어려운 교육을 당일 바로 습득하는 걸 보니 명견의 자질이 보인다”고 극찬했습니다.

행동교육을 받는 크리스(소형견)와 미카(검은개) 모습. 최민석 기자

구조자의 헌신으로 개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난 4마리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기사 하단의 입양 및 임보 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구조자의 헌신으로 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난 4마리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시베리안 허스키 닮은 찰스 / 1살후반 / 18㎏ / 중성화 수컷 / 차분한 성격
-리트리버 닮은 페퍼 / 1살반 / 17㎏ / 중성화 수컷 / 슬개골탈구 3기, 애교 많고 산책 잘함
-귀여운 소형견 크리스 / 1살후반 / 8㎏ / 중성화 수컷 / 호기심 많고 차분함
-검은 진도 미카 / 1살반 / 13㎏ / 중성화 암컷 / 사람을 좋아하며 행동교육 습득력 뛰어남

✔남양주에서 구조된 4마리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04번째 견공들입니다 (86마리 입양 완료)
-찰스, 페퍼, 크리스, 미카의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 혹은 임시보호를 희망하는 분은 아래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찰스와 페퍼 신청서: https://naver.me/GKvm2pqQ
-크리스와 미카 신청서: https://naver.me/x4ic6G10



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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