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는 어떻게 다를까 [개st상식]

국민일보

개와 늑대는 어떻게 다를까 [개st상식]

입력 2022-11-20 00:05
미 알래스카의 야생 늑대(왼쪽)과 30㎏ 급 레브라도 리트리버가 조우한 모습. 늑대와 개는 유전적으로 유사해 교배도 가능하지만, 인간과의 유대감 및 신체조건 등에서 크게 다르다.

견종과 무관하게 모든 개는 늑대와 친척입니다. 둘의 유전자는 99.96% 일치하며, 교배도 가능하죠. 특히 늑대의 외모를 닮은 말라뮤트, 시베리안 허스키, 진돗개 등 스피츠 계열은 인위적인 개량을 덜 겪어 유전적으로 늑대를 가장 닮은 견종입니다. 늑대와 개가 본격적으로 분리된 시점은 인류가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넘어가던 기원전 4만~1만년 사이로 추정됩니다. 인간을 경계한 개체들은 늑대로 남고, 인간을 따르며 공생한 개체들은 점차 개로 변했다는 분석이 유력하죠.

비슷한 점이 많으나 늑대와 개는 분명 다른 종입니다. 0.04%의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한 체격과 성격, 먹이 생활의 차이점이 큽니다. 자세한 내용은 개와 늑대의 유전자를 비교 연구하는 미국 위즈덤연구소 소속 안젤라 휴즈 박사의 보고서에서 확인하겠습니다.

개와 늑대의 신체는 다르다

개와 늑대는 이빨 개수가 42개로 같지만 그 외 신체조건은 늑대가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다 자란 늑대는 어깨높이 1m에 체중 80㎏으로 여우, 개, 코요테 등 갯과 동물 중에 가장 큽니다. 물어뜯는 힘인 치악력의 경우 개는 평균 100㎏대인데 반해 늑대는 2배인 200㎏에 달하죠. 휴즈 박사는 “개들은 인간이 남긴 음식물을 주워 먹는데 늑대들은 사냥감의 뼈를 부러뜨려야 했다. 그래서 늑대가 신체적으로 더 강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늑대는 전반적인 얼굴 모양새가 날카롭습니다. 늑대는 긴 꼬리와 뾰족한 귀, 작은 눈과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반면, 개들은 점차 주둥이는 납작해지고 두 눈은 커지도록 진화했습니다. 덜 위협적인 생김새가 인간과의 공존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사냥에 필요한 감각을 제공하는 귀와 꼬리도 작고 뭉툭해졌습니다.

늑대는 전반적으로 길고 날카로운 외모를 가졌으나, 개는 둥글고 뭉툭한 생김새로 덜 위협적이다.

늑대의 발바닥은 개보다 표면적이 넓다. 따라서 순간 가속에 유리하고 지구력도 좋다.

개와 늑대는 4개의 발가락 모양도 다릅니다. 개의 발가락은 둥글게 모여 있는데 늑대의 경우 가운데 두 발가락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덕분에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면적이 넓어서 순간 가속에 유리하며 장거리를 달려도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인간에 대한 의존성

개와 늑대는 위기 상황 시 동료와 협력하는 고도의 사회성을 갖췄습니다. 특히 개의 경우는 동료보다 오히려 인간에게 의존하는 타고난 본능이 있지요. 반면 늑대는 본능적으로 인간을 두려워하고 회피합니다.

2017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늑대과학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두 마리가 동시에 당겨야 먹을 수 있는 특수한 사료통을 늑대 2마리, 개 2마리의 견사에 각각 넣어준 뒤 과제에 성공할 때마다 생고기로 보상해주면서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개는 472번의 시도 중 2번만 성공했으며 실패할 때마다 주변 사람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죠.

늑대 과학연구소의 실험 당시 늑대 두 마리가 협력해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 빈 대학 늑대과학연구소

반면 늑대는 416번의 시도 중에 100차례를 성공했는데, 실패할수록 동료 늑대와 더 자주 협력했습니다. 연구진은 “개들은 인간이 방법을 알려줘야 했으나 늑대들은 스스로 끈기 있게 해결책을 찾아냈다”고 총평합니다.

또 야생 늑대를 포획해 길들이는 다수의 실험 결과, 늑대는 행동 교육을 습득하거나 인간과 애착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미 콜로라도주 늑대 보호구역의 책임자 미첼 프롤스는 “개들은 인간을 기쁘게 하고 칭찬받기를 원하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있는 반면 늑대는 독립적이어서 스스로 먹을 것을 찾거나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전합니다. 그에 따르면 생후 6개월이 넘은 늑대는 독립심이 강해 사람 손을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는 잡식, 늑대는 육식

개는 인간의 음식을 함께 먹도록 진화한 잡식동물입니다. 개의 소화기관에서는 다양한 곡물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 소화액이 나옵니다. 반면 늑대의 소화기관은 생고기를 분해하는데 특화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에게 늑대 식단을 제공하면 단백질 과다로 질병에 걸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반면 늑대에게 반려견 사료를 준다면 단백질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둘은 식사 습관도 다릅니다. 개들은 조금씩 규칙적으로 먹지만 늑대들은 몇 끼의 고기를 한꺼번에 먹어치웁니다. 야생의 늑대는 사냥이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데다 먹을 것을 구해도 같은 무리에게 빼앗기기 때문에 매번 폭식합니다. 또한, 늑대의 신체는 영양분을 잘 비축하므로 사냥에 실패해 굶더라도 12일가량 버틸 수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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